/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산책을 하다 자주 꽃 위에 흑 빛 열매가 보석 같다. 흑진주처럼 영롱하다. 누리장나무의 꽃 열매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볼 때마다 감탄한다. 가을이 오나보다. 꽃무릇, 여귀, 고마리, 왕고들빼기등 가을 풀꽃이 인사를 한다.
코로나 19로 가득 찬 뉴스를 보면서 코로나에 언제쯤 해방이 되려는지, 기다림에 지쳐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간다. 국가에서 발표하는 사회적 거리 단계에 귀가 쫑긋하다.
마음도 심란하고 신체도 불균형한 시기에 자연이 주는 선물을 보기 위해 길을 걷는다.
블루 코로나시대에 사회적 거리 메시지를 잘 보여주는 화가가 있다. 에드워드 호퍼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다. 평소에도 호퍼의 그림을 좋아했지만, 블루 코로나시기에 그림으로 더 외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
코로나 19로 현대인의 고독을 담은 호퍼의 그림 ‘주유소’ 를 보면 적막감이 감돈다. 주유기 옆에 홀로 있는 인물을 발견한다. 기름을 넣는 자동차도 없다. 가로등 켜져 있는 것을 보니 저녁 무렵인가 보다. 누구나 외로운 시간이다.
호퍼의 ‘일요일 이른 아침’ 은 1930년에 제작한 그림이다. 빨간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2층에는 누가 사는 것일까? 길게 누운 건물 10개의 창이 보이지만 아무도 없다. 고요한 일요일 아침은 코로나 19 시기를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의 모습 같다.
사회적 거리 2단계로 인하여 사람의 발걸음이 끊긴 도심을 지날 때면 적막감마저 감돈다.
앤서니 브라운은 호퍼의 ‘일요일의 이른 아침’ 을 좋아하는 이유를 “불현 듯 시간이 멈추고, 지극히 평범한 광경이 특별해 보이는 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일요일 아침에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하면서 ‘미술관에 간 윌리’ 의 그림책에 고릴라를 데리고 산책하는 윌리와 창문을 열고 윌리를 지켜보는 밀리, 옆집 창가에 고흐의 해바라기를 그려 넣었다. 앤서니 브라운은 좋아하는 그림에 또 다른 상상을 불러 넣어준다.
호퍼는 적막감이 감도는 일요일 아침을 본 것일까? 호퍼는 다른 그림에서도 사회적 거리는 잘 지켜지고 있다. ‘자판기 식당’ 그림은 언택트 세상이 1930년대에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한손에는 장갑을 끼고 있어 금방 떠날 것처럼 보여지는 여인의 모습에서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우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자판기 커피지만 종이컵이 아니라 다행이다. 차와 찻잔을 잡은 손을 보면 어쩌면 여인을 오래 머물 것 같다.
호퍼의 그림 ‘제 193호 차량 C칸’ 기차 안에서 여인은 책을 읽고 있다. 옆에는 팜플렛일까? 읽다가 덮어두었다. 딥그린 컬러의 의좌와 코발트색을 입은 여인의 모습은 필자가 좋아하는 그림이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 호퍼의 부인이 실제 모델이라고 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도시를 여행하는 자이다. 일, 아닌 다른 이유로 기차를 타고, 차를 마시며, 호텔에서 숙박을 하며 삶의 일상은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다.
차량 C칸에 탄 여인과 함께 기차를 타고 책을 읽고 아무도 없는 터미널 작은 카페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오늘도 여행자는 어디론가 떠난다.
에드워드 호퍼는 1902년대-30년대를 사실주의 작가로서 도시, 건물을 즐겨 그렸으며 소외된 자들의 고독, 외로움 정서를 잘 표현하는 화가다. 호퍼의 그림을 통해서 고독한 삶에 대해 마주하면서 블루 코로나 시대를 견디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리멸렬한 삶속에서 외로움은 더 깊은 고독으로 견뎌보는 것도 좋다. 호퍼의 그림은 분명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 더 깊은 적막감으로 빠져들어 삶을 견디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 저서에서 ‘여행지의 장소들이 주는 특유의 차가움을 지적하며 그것을 견딜만한 서정적인 힘’을 준 호퍼의 그림을 권한다. 호퍼의 그림은 현대인의 고독한 삶을 보여준다.
그림을 보면 햇빛이 들어오는데도 그 공간에 있는 인간이 외롭게 쓸쓸하게 보인다. 그 모습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닮아 있어 호퍼의 그림을 사랑하나보다.
지독한 외로움을 담은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서 나를 발견해 보는 시간도 좋을 것 같다.
먼 여행을 떠날 수는 없지만 사회적 거리를 둔 숲길을 걸으면서 주말에는 자연과의 대화로 블루 코로나를 이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