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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주는 사유의 세계
  • 호남매일
  • 등록 2020-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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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서울 예술의 전당 광장 감나무에도 엷은 주홍빛이 베여 있다. 가을 햇살이 감나무에도 안기나 보다. 햇살이 가득 찬 전당 앞마당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감나무 아래 벤치에 앉는다. 하늘이 푸르고 맑다. 창의성을 발달시키려면 천정을 높게 하라는 건축가의 말이 생각난다.


푸른 하늘과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을 놓칠까봐 오랫동안 하늘을 바라본다. 한모금의 커피가 주는 여유로움과 광주에서 서울까지 여정에 몸을 맡기는 시간이 좋다. 다음 일정을 위해 소비한 여유 있는 시간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공간이 주는 사유의 시간이다. 여백은 사유와 명상의 공간이라고 한다. 광주에서 사유의 시간을 만나는 공간을 어디쯤일까? 공간의 이동에서 만나는 바람, 사람, 풍경은 심장을 뛰게 한다. 필자에게 있어 약간은 낯선 곳 예술의전당이 그러한 공간이다.


‘ACEP 2020 한-EU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이 9월 12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 전당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려 참석하게 되었다. 전시 스태프 참가 자격으로 코로나 19, 철저한 점검을 마치며 전시관 안으로 들어선 순간 70여명의 화가들의 대규모 미술전시회를 만났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발달장애아티스트와 오스트리아, 체코,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독일, 영국 스코틀랜드 등 EU국가 발달장애 20명이 함께 참여하여 ‘붓으로 틀을 깨다’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희망으로 물들다’ 라는 마지막 배치된 전시 공간을 빠져나오며 작품으로 승화하는 발달장애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면서 공동체와 함께 행보를 하는 아티스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감동을 받는 시간이었다.


발달장애 아티스트 전시는 무료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 2.5단계에서 사람들의 관람을 많이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림을 보면서 그들의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림 마니아들은 좋은 기회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에는 한국의 최고 권위의 예술의 전당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이번전시회가 장애와 비 장애를 시간이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김동현 휴먼 애이드 대표의 말을 빌리더라도 예술의 전당 공간에서 갖는 전시를 통해 그들이 예술의 한걸음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번 전시는 언택트 기술을 활용한 로봇이 그림 설명도 들을 수 있어 깊은 미술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발달장애 아티스트 전시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 글로벌 전시를 병행 개최 운영한다고 한다. 온라인 공간을 통한 전 세계로 소통이다.


최근 구글도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온라인 공간을 오픈 하였다. ‘코로나 19’ 가 우리에게 준 것은 온라인 세계에서 공간의 벽을 넘는 시간을 빨리 다가오게 한 것이다. 온라인 세계에서 우리는 무한대로 뻗어갈 수 있는 영향력은 크다.


서울의 하늘은 태풍, 장마, 간간히 내리는 가을비에 힘들었던 마음이 귤껍질 벗겨지듯 사라지게 하였다. 드넓은 하늘에 펼쳐지는 수많은 구름을 보면서 낯선 도시에서 만나는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는 너, 나, 우리를 만난다.


예술의 전당 계단을 내려오는데 백일홍이 끝 무렵이다. 끝은 시작을 알리듯 이제 벼를 베어야 할 시기가 가까워져 온 것이다.


택시를 타려고 길 가장자리에 섰다. 도로변에 코로나 시대에도 잘 견뎌준 씀바귀가 노란 꽃을 피웠다. 노란색이 예뻐 카메라에 담았다. 드넓은 공간에서 작은 생명을 발견하는 것도 경이롭다.


예술의 전당의 공간이 사유의 시간을 주는 것처럼 광주의 ACC(아시아문화전당)에서 그 시간을 기대해 본다. 여백은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사유와 명상의 공간인 것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는 행복한 충격이 광주의 아시아 문화 전당 공간에서 열리길 기대해 본다.


공간이 주는 사유의 세계는 많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 들어서면 행복하다.


미술관, 음악회, 영화관, 텃밭 등 인간은 시간을 쪼개어 자신만의 공간에서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삶을 즐기며 공간의 기억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낯선 곳 안과 밖의 공간에서 만나는 사물, 풀, 나무, 사람, 건물, 바람은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번 예술의 전당 공간에서 만나는 기억의 흔적은 씀바귀 풀꽃이다. 거대한 도시 차량의 행렬이 이어지는 도로에서 살아남은 풀꽃을 기억하며 21시 20분 기차를 타고 서울의 공간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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