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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객위주(反客爲主)
  • 호남매일
  • 등록 2020-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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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객을 전도시킨다

/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빈틈이 있으면 발을 들여놓고,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수뇌부를 장악하고 주도권을 잡는다. 이것이 반객위주의 책략이다.”


객(客)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남의 집에서 부림을 당하는 자는 노예(奴隸)이고, 밥 한 끼 얻어먹고 가는 자는 잠객(暫客)이며, 오랫동안 남의 집에 머물 수 있는 자는 구객(久客)인데, 아주 오래 머물러도 객에 불과할 뿐 주인의 집안일에 참여할 수 없는 자는 천객(賤客)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의 집안일에도 참여할 수 있고, 점차 집안일을 해결하는 권한까지 장악하는 자는 바로 주인이 된다.


‘반객위주’란 주동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투쟁에 있어서 최고의 원칙을 말한다. 주동적인 위치에 있을 때 대세를 장악할 수 있지 피동적인 입장으로는 남에게 항상 이용만 당하게 된다. 따라서 적이 우세하고 우군이 약한 상황일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주동적인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연(李淵)은 천하를 얻기 전에는 편지를 써서 이밀(李密)을 칭찬하더니, 나중에는 그를 없애 버렸다.


유방은 자신의 군대로 항우와 맞설 수 없었던 당시에는 항우에게 아주 공손스러운 태도를 했고, 홍문연(鴻門宴)에서도 겨우 도망을 쳤다. 그러나 후에 세력이 커지고 충분히 활약할 마큼의 실력이 생기자, 해하(垓下)에서 전투를 치러 항우를 오강(烏江)에서 죽게 만들었다.


‘반객위주’를 군사상에 적용하면, 전쟁을 할 때, 소극적인 태도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방법을 생각해서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계책이 된다. 빈틈을 뚫을 갖가지 방법을 생각해서, 그 틈으로 발을 들여놓고 그 것의 수뇌부나 중요한 곳을 장악해서 유리한 기회를 잡아 다른 사람을 통제해야 한다.


예전 사람들은 이 계책을 대부분 맹우(盟友)나 형제들에게 사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늘 남이 자신을 도와줄 때 기회를 잡아 통제권을 얻었다. 이는 배은망덕한 행위지만, 사실 우리 자신에게는 정말 좋은 계책일 수도 있다.


원소(袁紹)와 한복(韓馥)은 맹우 관계로, 그들은 힘을 합해 동탁을 토벌한 적이 있었다. 후에 원소는 세력이 점차 강해졌고, 끝없이 세력을 확장할 생각으로 병사들을 하내(河內)에 주둔시켰으나, 병사 수에 비해 군량미가 턱없이 모자랐다.


한복은 아직도 농사꾼이었을 때의 습관이 남아 있어서 아무런 야심이 없었고, 늘 먹을 것을 재배하는 일에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 게다가 순박함과 후덕함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는 원소가 식량이 모자라 고생한다는 소문을 듣고 자발적으로 사람을 보내서 많은 식량을 전달하여 원소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원소의 군대는 먹을 것이 생기자 분위기가 좋아졌다. 그러나 원소는 항상 다른 사람의 식량 원조를 기다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고, 이렇게 얻어먹기만 하면 남에게 약점을 잡혀 머리도 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 했다. 원소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했다.그는 수하에 있는 책사 봉기(逢紀)의 설득으로 한복이 식량을 쌓아 놓은 기주 지방을 빼앗기로 결정했다.


그는 우선 공손찬에게 편지를 써서 껄끄러웠던 지나간 과거는 모두 잊고 함께 기주를 공격하자고 했다. 공손찬 역시 그 식량 창고를 눈여겨보고 있었기 때문에, 원소의 건의가 마음에 꼭 들었다. 그는 즉시 부대에 명령을 내려 기주를 공격할 준비를 했다. 원소는 또 비밀리에 한복에게 사람을 보내 이렇게 전했다.


“공손찬과 원소가 연합해서 기주를 공격한다면, 기주는 분명 지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원소는 그대들과 친한 형제입니다. 그러니 원소와 연합해서 공손찬을 치세요. 원소를 성에 들어오도록 해서 도움을 받으면 기주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복은 원소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성으로 맞아들였다. 초대를 받은 원소와 그 일행들은 한복을 존경하는 척하면서 과거에 도와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사실 원소는 점차 자신의 부하를 하나 둘씩 기주의 중요한 곳에 배치했다. 한복은 자신의 근거지에 다른 사람이 객으로 와 있고 나서부터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그는 주인인 자신이 객인 원소에게 자리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어둠을 틈타 기주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원소의 전술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적의 근거지를 빼앗기 위해서는 우선 빈틈을 뚫을 각가지 방법을 생각해서, 그 틈으로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곳의 수뇌부나 중요한 곳을 장악하고 유리한 기회를 잡아 다른 사람을 통제해야 한다.


옛 사람들은 이 계책을 대부분 맹우나 형제들에게 사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늘 남이 자신을 도와줄 때 기회를 잡아 통제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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