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간(間)이란 적 상호간에 의심하고 꺼리도록 하는 것이요, 반간(反間)이란 아군을 이간시키려는 적의 책략을 역이용하여 적 상호간을 이간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총이나 칼, 대포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적을 이길 수 있는 계책이다.”
연나라 장수 악의(樂毅)가 전단(田單)이 지키는 제나라의 즉묵성(卽墨城.-지금의 산동성 평도 동남)을 공격한 적이 있었다.
악의는 용맹하고 계책에 뛰어난 장군이지만, 전단 역시 전략에 뛰어난 명장이라 악의가 함부로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단은 자신과 자신의 성을 어떻게 지킬까 고민하다가, 악의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연나라에서 보낸 첩자를 놓아주며 은밀히 소문을 퍼뜨렸다.
“악의가 즉묵성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전단이 대단해서도 아니고 악의 자신이 게을러서도 아니다. 바로 그가 제나라 땅에서 왕이 되려는 마음을 품고 있는데, 제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복종하지 않아서 즉묵성 밖에서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국내외에 전해졌다. 연나라 혜왕은 이 소문을 듣고 급히 기겁(騎劫)을 파견하여 악의와 교대케 하고, 악의를 소환해서 목을 베려고 했다.
그러나 악의는 재빨리 피해 버렸다. 기겁은 전단과 싸웠지만 보기 좋게 패하고 피살되었다. 첩자를 이용한 전단의 승리였다.
주유(周瑜)역시 조조의 첩자를 이용해서 조조로 하여 결백하고 무고한 장수 두 명을 죽이게, 만들었다. 진평(陳平)은 이간책으로 항우가 범증(范增)을 멀리 떠나도록 만들었다. 모두 첩자 안에 첩자가 있는 경우였다.
‘반간계’는 적이 보낸 첩자를 자신의 첩자로 역이용하는 것이다. ‘간가간, 비상간(間可間, 非常間)’이라는 말이 있다. 즉 간첩을 간첩이라 하면 이미 간첩이라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이 파견한 첩자를 이용할 수 있을까? ‘손자병법 용간(用間)’ 편에서는 첩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전쟁에서 첩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상대의 동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절대로 추측이나, 상상에 기대서는 안 된다. 마땅히 사람을 보내서 정확하게 적의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
스파이는 다섯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향간(鄕間)으로 상대지역의 백성을 첩자로 심어 정보를 제공, 받는 것이다.
둘째, 내간(內間)으로 상대국의 관리나 군인을 첩자로 심어 정보를 제공, 받는 것이니 프락치 혹은 내부자, 내통자에 해당한다.
셋째, 반간(反間)으로 적이 보낸 첩자를 매수하거나 역이용하는 것이다. 이중간첩으로서 운용상 가장 복잡한 양상을 띤다.
넷째, 사간(死間)으로 적을 속이기 위해 거짓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적진에 파견하는 것인데, 거짓이 드러나면 반드시 살해되므로 사간이라 한다.
다섯째, 생간(生間)으로 첩보의 가장 일반적인 양상으로 적진 깊숙이 들어가 정보를 입수하여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상 다섯 가지는 2천 년 전에 수립된 이론이지만 지금도 변함이 없어서 꾸준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이 그토록 지리멸렬했던 것은, 풍신수길은 침략을 위해 여러 차례 첩자를 보내 정보를 수집했으나 조선 조정은 전혀 그들의 동태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소련이 전체 군대를 동부전선으로 빼돌려 독일군의 진격을 막아 패전으로 몰아넣었던 것은 시베리아에 배치한 부대를 이동해 갈 수 있었던 까닭인데, 이는 일본 관동군이 시베리아로 침공하지 않는다는 계획을 조르게라는 스파이를 통해 알아냈기 때문이다.
또 독일이 v1호라는 로켓탄을 개발하여 영국을 초토화 시키기 위해 유럽 전역에 발사대를 설치하다가 불발로 끝난 것은, 프랑스 레지스탕스인 오럴에게 첩보가 수집되었기 때문이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막강한 일본 연합함대가 일패도지한 것도 미군에게 암호가 누설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스라엘이 수차에 걸친 아랍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첩보전의 결과다.
또 이라크가 건설 중이던 핵 개발기지를 기습 공격하여 무력화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본토 사정은 독일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는데, 개전 직후 영국 정보기관이 독일 첩보망을 일망타진한 결과이다.
우리는 지금 정보 마인드가 없으면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는 생존하지 못한다.
필요한 정보수집의 방향을 설정하고, 정보원에 접근하며, 유용한 정보를 가려내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바로 개인, 기업, 국가의 힘이자 자산이다.
현대사회는 수많은 정보가 흘러넘치고 범세계적으로 오고 가는 시대이다. 그것의 활용 여하에 따라 개인의 성공과 실패, 기업의 성장과 위축, 국가의 번영과 몰락이 결정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