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확정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로인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우려했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현금확보를 위해 전세를 반전세 또는 월세 형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이졌기 때문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을 현재 69.0%에서 10년에 걸쳐 90%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의 경우 현실화 편차가 큰 9억원을 기준으로 현실화 계획을 달리 했다.
시세 9억원 미만의 공동주택은 오는 2023년까지 현실화율을 70%로 끌어올린 뒤 2030년까지 9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시세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내년부터 5~7년간 현실화율을 연 약 3%포인트(p) 씩 높일 예정이다. 시세 9∼15억원 구간은 7년간, 현실화율이 높은 15억원 이상은 5년에 걸쳐 이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시가격 6억원 초과(시세 약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가 빠른 속도로 추진돼 초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나 다주택자 등은 보유세 등 세금이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현실화율이 높은 15억원 이상은 5년에 걸쳐 목표에 도달하기 때문에 매년 보유세 증가 속도는 더욱 빠를 수 있다.
다주택자나 법인 등은 세금 부담이 더욱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1주택자의 경우 세금 부담 상한이 150%로 정해져 있다. 이는 보유세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 상한은 300%로,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매년 세금이 더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법인의 경우도 소유한 주택에 대해 종부세 6억원 기본 공제가 사라져 세금이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더욱이 규제지역의 다주택자는 최근 아파트 매입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와 보유세 인상, 거래세 중과란 3중고의 과세 늪에 빠져 진퇴양난이 된 상황이다.
지난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신탁할 경우 수탁자(신탁사)가 납세의무자가 되어 종부세 부담이 완화되는 법인 활용 문제를 없애기 위해 과세부담을 소유자로 개정하면서 법인설립의 퇴로까지 막힌 상태다.
때문에 전·월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높아진 보유세를 감당하기 위해 전세를 반전세 또는 월세로 변경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의 또 다른 한축인 종부세는 과세표준과 관련된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매년 5%p씩 인상돼 2022년 공시가격의 100%로 맞춰질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과세표준이 구간별로 현행 0.6%~3.2%에서 1.2%∼6.0% 세율로 인상될 예정이라 규제지역의 세 부담이 크게 뛴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이어 "만약 내년까지 전세가격 불안이 지속된다면 보유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며 "전세가 상승과 보증부 월세 현상의 고통이 임차인에게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은 대폭 늘어나는 보유세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주택시장에서 보유세 부담으로 일종의 현금흐름인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