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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밀우간(事莫密于間)
  • 호남매일
  • 등록 2020-11-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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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첩을 활용할 때는 철저하게 기밀을 유지한다

/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무비집요 武備集要’에 “용병에서 간첩 활용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것도 없다. 용간술은 끝까지 예측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병경백자’’비자 秘字’에서는 “모략의 성공은 비밀 유지에 있고 실패는 기밀의 누설에서 비롯된다.”라고 했다. 제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라도 일단 기밀이 새어나가 적의 의심을 사게 되거나 적에게 파탄을 노출하면, 적이 역으로 활용하여 ‘장계취계(將計就計)’하게 되어 의심할 여지 없이 내 쪽이 패배하게 된다.


‘병경백자’에는 어떻게 기밀을 감추고 유지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는데 그 기본 원칙은 “한 사람의 일을 남에게 발설하지 말 것이며, 내일 일을 오늘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간첩 계획을 세울 때는 각 부분 부분을 자세히 연구 검토하여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 행동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다가 무심코 기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화를 나눌 때는 특히 표정관리에 조심해야 한다.


‘간서 間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서하(西夏)와 북송이 군을 이끌고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서하의 왕 이원호(李元昊) 밑에는 야리왕(野利王)과 천도왕(天都王)이라는 각기 자신의 정예병을 통솔하고 있는, 이원호의 부하 중에서도 가장 독한 장군들이 있었다. 송의 장수 종세형(種世衡)은 이 두 명의 적장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산사(紫山寺)에 법숭(法崧)이라는 중이 있었다. 종세형이 그를 가만히 살펴보니 건실하고 강인한 성품을 지니고 있어 쓸 만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종세형은 법숭을 군중으로, 불러들여 종군하라고 권했다. 법숭은 작전에서 공을 세웠고, 종세형은 그를 파격적으로 진급시켰다. 그와 아울러 법숭 집안사람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니 법숭이 매우 감격했다.


어느 날 종세형은 갑자기 법숭에게 크게 화를 내며 나무랐다.


“나는 너를 아들처럼 대해주었거늘 네 놈은 적과 내통하고 있다니, 어찌 은혜와 의리를 이렇게 저버릴 수 있단 말이냐?“


그는 법숭에게 수십 일 동안 잔인한 형벌을 가했다. 그러나 법숭은 끝까지 종세형을 원망하지 않았다.


“나 법숭은 대장부다. 종공께서 간사한 자의 무고를 듣고 그러시는 것이니, 나를 죽인다 해도 그저 한목숨에 불과할 뿐이다.”


반년이 지나도록 법숭이 전혀 원망의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종세형은 그를 자기 집으로 불러 친절히 위로하면서 그간의 일을 해명했다.


“너에게는 애초부터 죄가 없었다. 내가 너를 시험해본 것일 뿐이다. 그 까닭은 너를 간첩으로 파견하고자 해서였다. 간첩 일은 지금까지 내가 겪은 것에 비해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는가?” 법숭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종세형의 계획에 동의했다.


떠날 때 종세형은 법승에게 임무를 알려주면서 많은 예물과 야리왕에게 보내는 편지를 함께 주었다. 편지는 밀랍으로 단단히 봉한 후 다시 법승의 옷섶에 꿰맸다.


종세형은 법승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했다. “죽음에, 임박해서가 아니면 절대 누설해서는 안 된다. 만약 누설할 때는 ‘내가 장군의 큰 은혜를 입고도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는구나!’라고만 말해라.”


그런 다음, 거북이 그림과 대추나무 가지를 하나 주면서 야리왕에게 갖다주라고 했다. 그리고 서하에, 도착하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야리를 만날 수 있도록 하라며, 야리를 통하지 않고는 그들 내부를 치고 들어갈 수 없노라고 일러주었다.


법승을 만난 야리는 그가 가지고 있는 대추나무 가지와 거북을 보고는 분명 편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대추를 뜻하는 ‘조(棗)’ 자와 거북 ‘귀(龜)’ 자는 ‘빨리 돌아오라‘는 ’조귀(早歸)‘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법숭의 몸을 수색하게 했으나 찾지 못했다. 야리는 대추나무 가지와 거북 그림을 잘 싸서 법숭과 함께 이원호에게 보냈다. 이원호는 법숭을 모질게 고문했고 법숭은 마침내 편지를 꺼내주었다. 그 편지는 종세형이 야리왕에게 보내는 것으로, 말투가 너무도 친근하고 은밀했다. 이에 이원호는 야리가 배반했다고 의심, 즉시 그를 죽여버렸다.


야리가 죽자 종세형은 이번에는 천도왕을 제거하기로 했다. 종세형은 국경 근처에 제단을 세워놓고 야리를 추모하면서 제문을 지어 읽고 태웠다. 그 제문에는 야리·천도 두 장군이 송에 귀순하기로 약속하여 일을 잘 추진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종세형은 제문을 기록한 목판을 종이돈(죽은 자가 저승으로 갈 때 노잣돈으로 쓰라고 태우는 종이)에 섞어 태우면서 적이 달려오자 얼른 도망쳤다. 시간상 목판 위의 글자가 미처 다 타지 않았는데, 상대는 그것을 수습해 이원호에게 바쳤다. 이원호는 천도왕마저 의심하여 그에게 벌을 내렸다.


종세형의 용간술은 대단히 주도면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간첩을 선발하여 파견하기에 앞서 엄격한 테스트를 거쳤다. 그리고 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만전을 꾀했다.


그는 위조한 편지를 법숭의 몸에 단단히 숨기고 그를 적진으로 보내면서도, 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자신이 정확하게 무슨 임무를 띠고 파견되는지 모르게 했다.


이렇듯 적이 끝내 간첩 활용술의 내용을 모르게 했으니, 실로 절묘한 용간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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