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겨울밤은 자신만의 고요함이 필요한 시간, 그 시간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고요한 마음을 갖는 것은 명상이다. 또 하나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고요함의 시간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한해가 지는 시기가 되면 책을 선물한다.
인터넷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였다. ‘언박싱(구매한 물건을 구매하는 일)’ 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새로운 책이 왔을 때 박스를 뜯으면서 이번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 책일까? 궁금해 하는 시간도 좋다. 매번 새 책을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읽었던 책 중에서 좋았던 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삶의 무늬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올해는 그림책 선물을 많이 했다. 짧은 글과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올해 만난 그림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책은 ‘행복을 나르는 버스’다. 할머니와 손자가 버스를 타고, 이웃을 만나며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갔다.
너, 나, 우리 마음 바로서기가 필요한 시간에 류시화의 ‘마음 챙김의 시’ 책을 만났다. 자신의 마음 챙김을 위해 내려놓기가 필요하다.
마음 챙김의 시집에 들어있는 제프리 맥다니엘 ‘고요한 세상’ 시를 읽는다. ‘사람들도 하여금 서로의 눈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하고/ 또 침묵을 달래주기 위해/ 정부는 한 사람당 하루에/ 정확히 백예순일곱 단어만 말하도록 법을 정했다./ 전화가 울리면 나는 ‘여보세요’ 라는 말없이/ 가만히 수화기를 귀에 댄다./ 음식점에서는/ 치킨 누들 수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나는 새로운 방식에 잘 적응하고 있다./ 밤늦게 나는/ 멀리 있는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스럽게 말한다./ 오늘 쉰아홉 개의 단어만 썼으며/ 나머지는 당신을 위해 남겨 두었다고/ 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면/ 나는 그녀가 자신의 단어를 다 써 버렸음을 안다/ 그러면 나는 ‘사랑해’ 하고 천천히 속삭인다./ 서른두 번하고 3분의 1만큼/ 그 후에 우리는 그냥 전화기를 들고 앉아/ 서로의 숨소리에 귀 기울인다.’ 언어를 줄이면 눈 맞춤의 시간을 많아질까? 왜 시인은 167개의 단어만 쓰게 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뭘까? 시적표현을 현실적으로 해석을 해 본다.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를 정해두는 것처럼 하루에 몇 단어만 써야 한다는 법을 정한다면 사람들과 대화를 위해 언어를 사용할 것인가? 소통을 위한 단어를 쓸 것인가? 어디에 언어를 사용해야 할 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고요한 세상’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아껴 둔 언어를 사용했다. ‘사랑해’라는 아끼고 아낀 언어를 그녀를 위해서 쓴다는 것을 상대방은 알았을까? 그녀는 어디에 언어를 썼단 말인가? 시를 읽고 머릿속에 고요함이 사라진다.
책을 선물하는 나눔이 참 좋다. 책을 기다린다. 설레는 그리움을 가득 안고 책을 주문하였다. 한해가 가는 시간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한다. 그 시간에 만나서 책을 받으면 그것도 인연이지 싶다.
책을 나눈다는 것은 좋은 이야기를 혼자서 간직하는 시간도 좋지만 타인과 공유하는 시간에서 기쁨이 두배다. ‘마음 챙김의 시’ 서문에서 류시화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내가 태어날 때 천사가 상자 하나를 주며 내게 속삭였다. 세상에 내려가 힘들 때면 이 상자를 열어보라고 그 투명한 상자에는 시가 들어 있어서 상자를 열 때마다 인간 영혼의 원천에서 흘러나온 시들이 내 앞에서 한편씩 펼쳐진다.”
참, 좋은 글이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것이 책이다. 마음에 문이 굳게 닫혀있을 때 하나씩 얼어주는 문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책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쓸쓸함, 고독, 외로움이 있을 때마다 문을 열어 그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책이다.
올 해는 나눔의 시간을 가질 때 책을 선물하는 시간을 마련해 본다. 그 많은 글과 책 중에서도 아름다운 시를 만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내안에 가득 찬 그 무엇을 얻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시를 읽는 시간이다.
책을 선물하는 시간은 언제가 좋을까? 나눔의 마음이 가득 찬 시간이 주어진다면 마음에 양식을 가득 담은 책을 나누는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 ‘마음 챙김의 시’ 표지에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라는 문장을 읽어보면서 같이 공유해 보고 싶다.
책을 여는 순간부터 마음 챙김이 시작된다.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의 경험을 다른 이와 같이하는 시간… 지금은 책을 선물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