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은행 가계대출이 13조6000억원 급증했다. 사상 최대폭이다. 주택매매를 위한 자금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강화된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0년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은행 가계대출은 982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3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가계대출이 폭증한 지난 8월(11조7000억원) 증가액을 뛰어넘은 것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신용대출, 주담대 증가세 앞질러…12월 증가세 한풀 꺾일 수도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폭 늘어난 것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기타대출은 7조4000억원 늘어나 이례적으로 주담대 증가액(6조2000억원)을 앞질렀다. 기타대출 증가 규모 역시 2004년 이후 최대폭이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택, 주식투자 관련 자금과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주담대로 충당이 안되는 부분은 신용대출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는데다, 특히 지난 30일 신용대출 규제 전에 필요자금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기타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에도 올해 가계대출은 역대급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1~11월까지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93조80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주택 '패닉바잉(공황구매)', 주식 '빚투(빚내 투자)' 열풍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6월 10만6000호에서 7월 7만4000호, 8월 5만호로 점차 주춤해졌다가 10월 6만8000호로 다시 활발해진 모습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9월 2만호에서 10월 2만5000호로 늘어났다.
다만 12월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 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과장은 "신용대출 규제 효과를 놓고 볼 때 11월보다 증가세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계절적으로 연말·연초에는 상여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지난달 6조7000억원 늘어 전월(9조2000억원)보다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중소기업대출이 7조원 늘어났으나 대기업대출이 3000억원 감소 전환한 영향이다. 중소기업대출은 자영업자와 중소법인의 대출 수요, 금융당국의 정책 지원이 이어지면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