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경찰이 부정한 금전 거래 의혹으로 잇따라 수사를 받는가 하면, 음주운전·피의자 부실 관리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기강 해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며,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3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동부경찰서 소속 A경위가 절도 사건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수뢰후부정처사)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A경위는 지난 5월 관내 한 코인노래방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무마하는 조건으로 노래방 관계자로부터 현금 200여 만 원을 받은 혐의다.
A경위는 혐의를 시인했으며, 최근 최고 징계 수위인 '파면'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일선 경찰서 소속 B경위는 전임지인 전남 모 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부정한 금전 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B경위의 비위 내용·적용 혐의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B경위는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경찰 소속 C경위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부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C경위는 지난 10월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현금 200여만 원을 받고 조사를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C경위는 사건과 관계 없는 채무 관련 거래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C경위는 현재 직무에서 배제됐으며, 감사 결과 부정 청탁 등 법 위반 행위가 드러나면 징계 대상이 된다.
코로나19 시국에도 경찰관의 음주운전 역시 끊이지 않았다.
광주 북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D경위는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내뺀 지 10시간 만에 경찰서에 자진 출석, 혐의를 부인했으나 음주운전 정황이 일부 드러났다.
D경위는 지난 7일 밤 10시35분께 북구 양산동 도로 음주운전 단속현장 전방 50m 지점에서 차량을 불법 유턴한 뒤 도주했고, 붙잡힌 뒤에도 주택가 골목길로 또 줄행랑을 쳤다.
도주 10시간여 만에 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D경위는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0%가 나오자 혐의를 부인했다.
계속된 추궁에 D경위는 '운전 직전 술을 입에 댔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구체적인 물증이 확보되면 D경위를 피의자로 입건한다.
이와는 별개로, D경위는 코로나19 확산 예방 관련 '술자리 자제' 등 내부 지침을 어긴 점이 인정돼 직위 해제됐다. 음주 운전 사실이 입증되면 추가 징계 처분이 내려진다.
올해 초에는 광주 서부경찰 소속 E경감과 F경장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각각 1계급 강등, 해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광주 서구에선 음주운전 불시 단속에서 경위급 경찰관 1명이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만취 상태로 적발됐다.
올 한해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된 광주·전남 지역 경찰관은 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술집에서 추태를 부린 간부 경찰관도 있었다.
올해 9월 당시 광산경찰서장이었던 한 경무관은 술집에서 여성 종업원 3명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한 혐의(강제추행)로 재판으로 넘겨졌다. 해당 경무관은 사건 직후 직위 해제됐다.
허술한 피의자 관리도 도마위에 올랐다.
광산경찰서에선 지난 10월 오전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던 러시아 국적 불법체류자가 청사 당직실 내 화장실의 방범창 창문을 뜯고 도주했다.
경찰은 3시간 만에 해당 피의자를 다시 붙잡았지만, 안일한 감시와 구멍 뚫린 청사 보안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이 나왔다.
앞선 9월에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붙잡힌 30대 남성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핑계로 병원 진료를 받다, 수갑에서 손을 빼낸 뒤 달아나기도 했다.
곧바로 추적에 나선 경찰은 이 남성을 검거했지만, 피의자 외부 진료 과정 중 관리·감시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부당한 금전 거래,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음주운전 등 잇단 비위에 대해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며 "치안서비스의 수요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청렴 문화 정착 등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다른 경찰관은 "조직 전체 구성원의 사기와 위상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며 "윤리 교육 강화 등 대대적인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 징계 양정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