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병경백자’ 「간자 間字」에서 제기하고 있는 16가지 간첩 활용법인 ‘용간법(用間法)’의 하나가 ‘문간’이다. 이것은 우선 고의로 자기 쪽 작전 관련 문서를 흘려 적을 걸려들게 한 다음 계획에 따라 행동에 옮기는 계략이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 정보기관, 영·미 연합 참모본부와 런던의 영국 3군 참모장이 친히 비준한 ‘돼지고기 작전’은 이 계략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본보기다.
마틴 소령이 몸에 지니고 있던 문서 때문에 독일군 최고수뇌부의 결단이 흔들리게 되어 작전 부서가 혼란에 빠졌다. 이처럼 군사행동의 돌발성을 성공적으로 끌어낸 결과 연합군은 중요하고도 큰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전쟁에서 가짜 기밀문서로 적을 속이는 예는 흔히 보는 일이다.
▷ 친구를 이용한 간첩술(友間)
‘병경백자’ 「간자 間字」에서 말하는 16가지 간첩 활용법의 하나다. 이 방법은 적진에 있는 친구를 이용해 친구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정황을 조작해 친구에게 흘림으로써 적을 속이는 것이다.
원나라 말기 면양(沔陽) 사람인 진우량(陳友諒)은 홍건군(紅巾軍)에 가입했다가 한왕(漢王)으로 자립했다.
그는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조정의 태위(太尉) 장사성(張士誠)과 결탁하여 주원장이 차지하고 있는 건강(健康.-지금의 강소성 남경)을 공격하려고 했다.
이 정보를 입수한 주원장은 진우량과 왕래가 있는 지휘관 강무재(康茂才)를 불러들여, 진우량이 공격해올 모양이니 그를 이곳으로 유인해 격멸시키자는 계획을 알려주었다.
주원장은 강무재로 하여 투항해서 진우량이 이곳을 공격하면 강무재 자신은 안에서 내응(內應) 하겠다는 편지를 진우량에게 보내 그를 유인하도록 했다.
강무재는 자기 집의 문지기 노인이 과거 진우량을 모신 적이 있기에 그에게 편지를 전달하게 하면 진우량도 믿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인의 편지를 받아든 진우량은 몹시 기뻐하며 강무재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강무재가 지금 강동(江東)의 다리를 수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우량은 다리의 종류를 물었고, 노인은 나무다리라 대답했다. 진우량은 술과 고기로 노인을 대접한 후 돌아가서 강무재에게 곧 그곳으로 가겠노라고 전하라 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곳에 도착하면 ‘노강(老康)’이라는 암호를 외칠 테니 그때 안팎으로 행동하자고 했다.
보고를 받은 주원장은 곧 그날 밤으로 나무다리를 잘라내고 쇠와 돌로 바꾸었다. 동시에 장수와 병사들을 매복시켜놓고 진우량을 기다렸다.
진우량은 대군을 이끌고 배를 타고 유유히 강동교로 접근하였다가 대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