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현직 기초의원·공무원 70명이 최근 3년간 주정차 단속 무마를 청탁, 과태료 면제 특혜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장(4급)급 전직 공무원도 연루돼 있는 것도 확인돼 직급 고하와 전현직을 떠나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특권과 반칙이 일상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구는 행정 신뢰 실추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전산시스템 운용상의 허점을 보완키로 했다.
23일 오후 광주 서구는 201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3년여 간 주정차 단속 실적 중 공무직 직원들이 적발 자료를 면제 처리한 내역을 공개했다.
서구는 공무직 직원들이 주정차 단속 자료 삭제 권한을 남용, 적발 차량 228대를 면제 처리했다고 밝혔다.
단속 자료 삭제를 통해 과태료 처분을 면한 228건 중 140건은 부당한 청탁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서구의회 의원 2명이 총 3건의 주정차 단속 무마를 부탁했다. 서구 공무원도 직급을 가리지 않고 5급부터 9급까지 특혜를 누렸다.
5급 공무원은 8명이며 무마 건수는 10건이다. 6급 이하 공무원은 60명, 82건이다. 현직 5~9급 공무원 68명이 단속 행정의 형평성을 깨는 부정 행위를 청탁 또는 가담한 셈이다.
공무직 직원·기간제 근로자 16명도 주정차 단속망을 피하는 부정 행위 20건에 연루됐다.
퇴직 공무원은 국장급 퇴임자를 비롯해 14명이 18건의 단속 무마를 청탁했다. 나머지 7건은 구체적인 청탁 관계 등이 확인되지 않으나 합당한 단속 제외 사유에 해당되지 않았다.
서구는 단속 자료를 무단 삭제한 228건 중 88건은 합당한 이유에 따른 것으로 봤다.
유형 별로는 ▲신규 단속 구간·계도 27대 ▲증거사진 불충분 24대 ▲단속 중복 17대 ▲행정 착오(번호판 판독 불가능) 14대 ▲공무 수행 6대 등이다.
서구는 합당한 이유가 소명되지 않는 140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재부과할 방침이다.
서구는 이 같은 부정 행위의 배경으로 단속 행정의 전산시스템 상 삭제 권한이 11명(공무원 2명·공무직 9명)에게 부여돼 관리상 미흡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따라 단속 면제 권한을 검수 총괄 공무원 1명에게 부여한 뒤 부서장 결재를 거쳐 처리토록 보완키로 했다. 또 단속 면제 처리 절차를 세분화하고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점검·유지 관리한다.
그러나 관행·친분에 의한 부탁이라는 미명 아래 주정차 단속 무마가 일상화되면서 교통 지도·단속 행정에 대한 신뢰가 이미 무너졌다. 행정이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형평성·공정성마저 저버렸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과태료를 꼬박꼬박 냈던 일반 시민들 입장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다. 단속 실효성에 구멍이 난 셈이다. 법적으로도 공용서류 등 무효 혐의에 해당돼 청탁을 했거나 들어준 당사자들은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도 서구 주정차 단속 무마와 관련해 지난달 19일부터 불시 감사에 나섰다.
서대석 서구청장은 "주정차 업무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무단 면제 처리 받은 직원들에 대해선 국무조정실 감사 조치 결과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통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과태료 검수 전담 직원을 재배치하고, 단속을 면제할 경우 부서장 결제를 받도록 업무처리 방식·절차를 정비하겠다"며 "이번 일을 거울 삼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행정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