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국내 지역경제가 전분기 수준에서 횡보했다. 수출과 제조업 생산은 호전된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미적지근한 지역경기와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2020년 12월 지역경제 보고서'에서 "4분기중 지역경제는 대부분 권역에서 전분기 수준을 이어갔다"며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소폭이나마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 15개 지역본부가 권역별 업체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다.
권역별로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광주·전북·전남), 대경권(대구·경북),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제주권 경기가 보합세를 나타냈고, 강원권 경기가 소폭 악화됐다.
◇수출 증가…서비스업 생산·소비 감소
제조업 생산은 수도권과 동남권, 충청권 등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다. 스마트폰 수요 회복으로 수도권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등이 소폭 늘었고, 중국의 인프라 투자 등에 힘입어 기계장비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내수 회복 등의 영향으로 대경권의 자동차 부품 등의 생산도 소폭 늘어났다. 호남권은 조선이 늘어났으나 석유정제 생산이 줄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수출도 증가 전환했다. 향후 수출은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해외 수요 확대 등으로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등에서 소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서비스업 생산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수도권 지역의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운수업 생산 등이 제자리 걸음했다. 단체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제주권의 서비스업 생산도 횡보했다.한은은 "향후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확진자수 급증 등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모든 권역에서 서비스업 생산이 4분기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도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10월중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소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했으나 11월 코로나19 3차 확산 이후 급격히 꺾였다. 수도권에서 소비는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강원권에서는 가구, 가전제품, 차량 연료,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줄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보합이었다. 수도권에서 건물 및 토목건설 모두 전분기 수준의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설비투자의 경우 동남권과 대경권에서 자동차 부품, 철강 등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강원권에서는 감소하고 수도권 등 나머지 권역은 3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주택매매가격은 10~11월중 상승세를 지속했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3분기에 비해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나머지 권역은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전세매물 부족으로 서울·경기·인천에서 모두 오름세를 나타내 전분기(0.5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제주권의 주택매매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분기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정부의 이동통신요금 지원,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공공서비스 및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10~11월중 취업자수는 전년동기대비 34만7000명 감소해 3분기(31만4000명)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충청권과 호남권에서 감소 전환됐고, 동남권과 대경권은 감소폭이 확대됐다. 나머지 권역에서도 감소세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