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시인
인제육성장학재단에 일천 일만 일백 사십 구원의 후원금이 기탁됐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코로나19 시국에서도 순천인제육성장학재단에 후원금을 기탁해온 퇴직공무원철학에 연말분위기는 온화하다. 어쩌면 감사함과 따스함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연말연시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현사회의 풍토에서 베품과 사랑 그리고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일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놓았다. 참으로 대단한 사회적 울림이 아닐까 싶다.
40여년 몸담았던 공직생활의 퇴임을 맞이하면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거액의 후원금을 기탁한다는 마음가짐은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982년에 공직에 첫발을 내딛고 올 12월말에 퇴임하는 순천시청 강영선 서기관, 그의 발자취는 서글프면서도 강직하다. 그의 젊은 시절은 가난으로 얼룩져 자신의 꿈을 접어야했다. 학업에 대한 열망이 강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일찍이 생업전선에 뛰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항시 학업에 대한 열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배움을 길을 갈망했었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배움의 갈증은 목이 말랐었다. 그런 까닭이었을까? 그의 소망이었을까? 그는 순간적으로 후학들을 위한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짙어갈수록 그의 마음은 “앞으로 미래의 주역이자 자랑스러운 순천의 아이들이 더 나은 순천을 만들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되는 게 무엇일까? 라는 고심을 갖게 했다.
그 결과 2008년 평생학습과장 재직당시, 순천시 인재육성장학재단 후원회 설립을 추진했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언젠가는 인재육성장학재단에 후원금을 꼭 기탁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졌었다. 이후 13년 동안 1천만 원을 모아 오늘에 이르렀다. 게다가 그는 공직에 몸담은 기간이 1만4149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1001만4149원의 의미 있는 후원금을 기탁하게 됐다고 자신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허 석 순천시장은 이에 대해“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훈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39여 년 동안 순천시를 위해 헌신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도 감사한 일인데 공무원의 박봉에도 뜻 깊은 후원금까지 쾌척해 주셔서 후배 공직자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성탄절이 아니더라도 풍성한 순천이다. 아마도 산타할아버지의 따뜻한 선물마냥 후학들의 가슴에 전해지리라 믿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에 열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선물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끔 필자는 학창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과 억대의 장학금을 기탁한 교수님을 잊지 못한다. 전임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이상철 교수님이다. 아니 필자의 은사님이다. 은사님은 학생들 사이에서 호랑이 같은 교수님으로 통했다.
1968년 순천대학교에 부임해서 30여 년 동안 후진양성을 위해 힘써 오셨다. 우리나라 조경학의 개척자였으며, 참스승 상을 지녔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현 사회의 거울처럼 2004년 퇴임하던 때에는 1970년부터 월 600원으로 시작한 적금에 퇴직금 일부를 합쳐 1억 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했었다.
그랬었다. 그는 한 그루의 수목을 가꾸는 것처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가르쳤다. 언제나 정성을 쏟았으며, 미운 정을 갖지 않았는가를 마음속으로 되 뇌였었다. 지금도 그는 서재가 있는 야정동산으로 날마다 정시에 출근하고 있다. 야정동산에 심어놓은 수목들을 가꾸면서 독서와 글을 쓰며 소일하고 있다. 더욱이 제자인 필자에게 시를 가르쳐 달라는 부탁에 웃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다.
잠시, 은사님의 단시를 인용해볼까 한다. 후학들을 위한 철학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사랑과 믿음 그리고 소망까지도 승화되고 있다.
그대는 아는가
일어 오른 태양을
온 누리 비추니
새 생명 싹트고
파랑새 날갯짓 하는 것을
그 힘 그 능력
어디서 오는가를
그대는 아는가
(이상철‘그대는 아는가’ 전문)
아무튼 순천은 행정교통도시를 떠나 교육도시다. 청백리의 고장이다. 팔마비의 유래와 공직자들의 기풍이 살아있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순천의 인재육성장학재단을 위한 공직자상이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