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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에도 신축년 햇살이 떠올랐다
  • 호남매일
  • 등록 2021-0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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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새해가 시작되었다. 2021년은 집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신축년 새해를 시작하였다.


연말과 연초,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일 약속이다. 새해가 되면 무등산을 오르던 사람들도 집에서 경건한 새해를 맞이하였다.


광주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렸다. 눈 쌓인 무등산의 정경을 보고 싶어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날 무등산 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효사에서 늦재 길을 향해 하얀 눈이 쌓인 길을 걸어본다. 하얀 눈이 포근히 감싸 안은 무등산은 아름답다.


하얀 눈이 사철나무에 목화솜처럼 피어났다. 눈송이를 솜 따듯 살포시 만져본다. 꽃보다 예쁜 목화솜 같은 눈송이를 바라보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산장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훤한 이마를 드러낸 무등의 입석대 겹겹이 쌓인 눈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원효사에서 늦재까지 눈길을 걷는 느린 걸음도 즐겁다. 오랜만에 내린 무등산의 눈은 등반객의 발걸음이 가볍다.


눈 쌓인 무등산을 걷는 사람들은 늦재에서 동화사 터를 지나 바람재를 향해 걷다가 카메라에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바람재 중간쯤을 지나는 길에 당근코를 가진 눈사람 올라프가 인사를 건넨다.


바람재에서 토기봉을 향해 걷다 준비 해 온 차를 마신다. 무등이 품는 주는 광주 도심이 보인다.


누구나 무등에 오르면 가슴이 확 트인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다 보니 어느덧 토끼봉에 이른다. 눈 쌓인 무등에서 가슴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쪽빛 하늘이 쨍하다.


광주는 어디에 있더라도 무등산이 보인다. 누구나 한번쯤 만나고 안아볼 수 있는 산, 무등산은 마음껏 울어도 되는 산이다. 증심사에서 오르며 좋은 산, 산장으로 가며 즐거운 산, 원효사에서 오르며 행복한 산, 무등은 누구나 안아준다.


무등산에도 새해 햇살이 떠올랐다. 2021년 새해는 하얀 눈이 쌓여서 좋다. 따뜻한 솜처럼 안아보고 싶은 산, 눈 쌓인 무등에서 신축년 아침을 맞이하며 가만히 무등산을 노래해 본다.


이성부 시인의 ‘무등산’을 가만가만 읽어본다. ‘콧대가 높지 않고 키가 크지 않아도/ 자존심이 강한 산이다./ 기차를 타고 내려 가다보면/ 그냥 밋밋하게 뻗어 있는 능선이/ 너무 넉넉한 팔로 광주를 그 품에 안고 있어/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느냐./ 기쁨에 말이 없고/ 슬픔과 노여움에도 쉽게 저를 드러내지 않아,/ 길게 돌아누워 등을 돌리기만 하는 산/태어나면서 이미 위대한 죽음이었던 산/ 무슨 가슴 큰 역사를 그 안에 담고 있어/ 저리도 무겁고 깊게 잠겨 있느냐./ 저 산이 입을 열어 말할 날이/ 이제 이를 것이고,/ 저 산이 몸을 일으켜 나아갈 날이/ 이제 또한 가까이 오지 않았느냐./ 무거운 역사의 비애를 안고 있는 무등산/ 저 산에는/ 항상 어디 한구석 비어 있는 곳이 있어,/ 내 서울을 떠나기만 하면/ 그곳이 나를 반가이 맞아 줄 것만 같다.’ 이성부 시인의 ‘무등산’ 은 광주고 모교에 시비로 세워져 지금도 날마다 무등산을 노래하고 있다.


무등산은 광주의 어머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시민들과 함께 한다. 광주를 떠나 어디에 있더라도 눈에 밟히는 산이다. 멀리 떠나 있어도 언제라도 오고 싶은 산 무등산이다. 무등산은 오랜 세월 동안 광주 시민과 함께 하며 광주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한 산이다.


2021년 눈 덮인 무등산에서 서서 힘차게 기지개를 펴 본다. 눈에 쌓여 더욱더 아름다운 산 무등산에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푸른 소나무에 쌓인 눈 끝으로 푸른 하늘빛이 쨍하다. 무등은 아름답다. 무등의 기상은 강인하다. 좋은 일이 있어도 바라보는 산, 슬픈 일이 있어도 품어주는 산, 겉으로 여리지만 속으로 강한 산이다.


눈 쌓인 무등산을 바라본다. 눈뜨면 매일 만나는 산, 눈이 내려 하얀 속살 보여 주며 가슴으로 품어주는 산, 멀리서 보아도 아름다운 산, 가까이 가면 더욱더 따뜻하게 안아주는 산, 무등은 누구나 오를 수 있어 더욱 더 좋은 산이다.


누구에게나 곁을 내어 주는 무등산에도 새해 아침 햇살이 떠올랐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아 누구에게나 평등한 산, 흰 눈이 쌓인 무등산 바람 재에서 2021년에는 만나면 손을 붙잡고 인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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