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평론가)
‘손자병법’ 「용간편」에는 “반간이란 적의 간첩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두목(杜牧)은 이에 대해 다음의 설명을 덧붙였다.
적의 간첩이 우리의 정황을 살피러 오는 것을 우리 쪽에서 반드시 먼저 알아 뇌물로 유혹함으로써 도리어 우리를 위해 활용한다. 또는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 거짓 정보를 흘려주는 것도 적의 간첩을 활용하는 것이 된다.
‘36계’ 제33계에서는 “반간이란 적의 간첩으로 하여 간첩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적을 속이는 수단에다 또 한 겹의 ‘미로’ 내지는 ‘연막’을 설치하여 적진 내부의 간첩을 우리 일을 돕는 쪽으로 이용하면,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전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했다.
‘반간계’의 수단은 가짜와 진짜를 혼란 시키는 것이다. 이는 다음의 두 가지 방면을 포함한다.
첫째 적의 간첩을 발견하거나 체포한 후 공개적으로 심문하지 않고 은밀하게 재물 등으로 매수하여, 우리 쪽 통제하에서 적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이중간첩으로 변화시킨다.
둘째 적의 간첩을 발견하면 침투한 의도를 은밀히 알아낸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척하면서 거짓 정보를 흘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후한서’ 「반초전 班超傳」에 실린 내용을 보자. 반초(班超.-32~102년)가 우전(지금의 신강성 화전현) 등지의 병력 2만을 동원해서 사거(莎車)를 재공격할 당시의 상황이다. 귀자국(龜玆國)의 왕은 5만 군사를 보내 사거를 구원케 했다. 반초는 각 군의 군관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지금 전력으로는 적을 이길 수 없으니, 계략에 따라 각자 흩어진다. 우전의 군대가 동쪽으로 철수하면 장사(長史)가 이끄는 군은 서쪽으로 철수하는데, 야간에 북을 울리며 행군한다.“
그런 다음 슬그머니 귀자국 포로들을 풀어주었다. 포로들은 반초의 결정을 자기 왕에게 보고했다. 귀자국 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몸소 기병 1만을 거느리고 서쪽 경계 지점에서 반초를 막아 공격하고 온숙국(溫宿國)의 기병 8천도 동쪽 경계 지점에서 우전의 군대를 막아 공격하기로 했다.
한편 상대의 이러한 동정을 일찌감치 탐지하고 있던 반초는 각, 부장들에게 즉시 사거로 진군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각 부대는 닭이 울 무렵 사거 군영에 이르렀고, 적진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반초는 대승을 거두었고 사거는 항복했다. 귀자국의 군대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부터 반초의 명성이 서역에 크게 떨치기 시작했다.
‘송사’ 「이윤칙전 李允則傳」에 실린 ‘반간계’를 보자. 간첩을 붙잡은 이윤칙은 그의 포박을 풀어주고 대접을 잘해주었다. 간첩은 연경(燕京)의 대왕이 파견했다고 자백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수집한 송나라 변방군의 식량 사정, 병마의 양과 수 등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이윤칙은 “네가 조사한 수치에 잘못이 있다” 면서 담당 군관을 불러 실제 수치를 알려주었다.
간첩은 그 정보를 이윤칙의 도장을 찍어 보증해 달라고 했다. 이윤칙은 그렇게 했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재물을 곁들여서 간첩을 돌려보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간첩이 다시 이윤칙에게 돌아왔다. 간첩은 이윤칙이 도장까지 찍어서 주었던 정보를 뜯지도 않고 되돌려 주었을 뿐 아니라, 거란군의 병마·경비·재정 지리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까지 가지고 왔다.
‘송사’ 「악비전 岳飛傳」에 실린 경우도 살펴보자. 악비는 명을 받고 조성(曺成)을 정벌하러 나섰다. 악비군은 하주(賀州.-지금의 광서성 장족 자치구 동부) 경내에 진입하여 조성이 파견한 간첩 하나를 붙잡았다. 간첩은 꽁꽁 묶인 채 악비의 막사 밖에까지 끌려왔다.
악비는 막사 안에서 나오면서 군량미의 상황을 참모에게 물었다. 군량을 담당한 참모가 말했다.
“군량이 이미 바닥이 났는데, 어쩌면 좋겠습니까?
악비는 그 간첩이 들을 수 있게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잠시 다릉(茶陵)으로 철수하도록 하자!”
말을 마친 악비는 막 잡혀 온 간첩을 그제야 발견했다는 듯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군기를 누설했으니 후회막급이라는 표정으로 황급히 막사 안으로 몸을 감추었다. 그런 다음 은밀히 사람을 시켜 간첩을 도망가게 했다.
간첩은 탈출한 후 자신이 들은 바를 조성에게 보고하며 악비가 철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은 크게 기뻐하며 다음날 악비의 군대를 추격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악비군은 서서히 길을 돌아 조성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태평장(太平場)으로 진격해서 요새를 격파했다.
‘반간’의 활용은 적의 간첩을 ‘이중간첩’으로 매수하는 것은 물론, 적의 계략에 따라 계략을 취하고 간첩으로써 간첩을 활용하는 것 등 교묘한 ‘편법’을 써야 한다.
이러한 ‘편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거짓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바꾸거나 중점을 바꾸는 데 능숙해야 한다. ‘편법’은 적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간혹 실제 상황을 흘려야 할 필요성도 있다.
혹자는 반간이라는 ‘편법’을 활용하고자 할 때, 실행자는 자신의 힘을 정보가 가져다줄 효과에 집중시켜야지 그 자체의 내용에, 지나치게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의 정책 결정자가 어떤 정보에 근거하여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적의 정책 결정자가 어떤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가를 안다면, 그 판단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어떤 인물이 정보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알게 되면, 유리한 행동을 펼칠 수 있다.
적이 가져간 정보의 내용이나 중점을 바꾸면 적의 행동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전체적인 정책 결정을 감독하여 필요에 따라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