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출하시기를 놓쳤는데 한파까지 덮쳐 2년동안 키운 숭어 1만마리가 얼어 죽었어요"
무안군 해제면 한 숭어양식장에서 11일 오후 주인 김모(73)씨는 작은 길에 주저 앉아 얼어버린 양식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은 뗏목을 타고 양식장의 얼음을 깬 뒤 죽어버린 숭어를 건져 올리는 것을 보며 한숨만 쉬었다.
2년동안 1㎏가 될 정도 다자라 출하만 하면 됐는데 하얀색 배를 내밀고 얼음밑에 동사한 숭어를 보며 눈물을 훔치기까지 했다.
이어 노란색 바구니에 담긴 숭어는 중장비까지 동원돼 트럭에 실렸지만 김씨는 쉽게 떠나보지 못하고 한마리 한마리 상태를 살폈다.
김씨의 양식장은 광주와 전남지역에 닥친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양식장의 수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져 지난 9일부터 얼기 시작했다.
김씨는 동사 피해를 우려해 바닷물을 공급했고 양식장의 수온을 높이는 히트펌프까지 가동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추위를 견디지 못한 숭어는 얼음 밑으로 둥둥 떠올랐다.
폐사된 숭어는 10t, 1만마리, 75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옆 양식장의 숭어 6만마리도 동사하기 시작해 한파가 지속되면 피해 규모는 늘어 날 수 밖에 없다.
김씨는 "숭어는 보통 12월 초 출하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판매하지 못했다"며 "1월에라도 판매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20년 숭어 양식을 했는데 출하하고 남은 숭어가 동사한 적 있어 주민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며 "이번처럼 대량 폐사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또 "2년 키운 숭어가 모두 폐사해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날씨가 풀려 다른 양식장의 숭어는 정상적으로 살아있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안=김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