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중국 고전 연구가
‘손자병법’ 「용간편」에 나오는 ‘5간’ 중의 하나다.
생간(生間)이란 적국 내에 잠입(潛入)하여 첩보 활동을 하고, 살아 돌아와 보고하는 간첩을 말한다. (중략)
번간(反間)을 통해 적의 사정을 잘 알 수 있으므로, 우리 편의 생간을 보내 정보 활동을 하고 기일 안에 돌아와 보고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살아 돌아와 상황을 보고하는 간첩이 ‘생간’이다.
동서고금의 간첩 활동 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간첩 형식이 바로 이 ‘생간’이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간에, 각종 방식으로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첩보 활동을 벌이고 안전하게 돌아오게 해야 한다.
능력 있는 자를 뽑아 열국을 떠돌아다니며 유세하게 하거나 적국의 관료 기구에 침투하게 한다.
각종 직업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적국에 섞여 들어가 전략적으로 장기간 잠복하게 하거나, 모종의 구체적인 작전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고하게 한다.
또는 거짓으로 투항하여 상대를 헷갈리게 하거나, 기회를 틈타 적에게 불의의 기습을 가하기도 하고, 나중에 아군이 공격해올 때 내응하게 한다.
옛, 사람들은 간첩과 방첩의 모순된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생간’은 지혜롭고 능력 있는 자가 아니면 맡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간’을 선발하는 표준에 대해 역대로 많은 견해가 있었다.
① 생간은 내심은 영리하나 겉으로 우둔해 보이며, 겉모습은 못나 보이지만 속은 비장해야 한다. 또 걸음이 날래고 용감해야 한다. 그래서 배고픔·추위·더러움·수치 따위를 잘 견디는 자만이 할 수 있다.
② 몸은 공적인 일을 수행하지만, 마음은 사적으로 은밀히 (적의 동태를) 살펴 해를 입지 않고 돌아와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③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를 뽑아 적의 귀한 신분과 내통케 하여 그 동정을 살피면서 적의 계획을 알아내는 것인데, 저쪽의 동정을 내 쪽에서 사실대로 알아내야 한다.
전국시대 위공자(魏公子) 신릉군(信陵君) 무기(無忌)는 자신의 문객을 첩자로 삼아 각 제후국의 정보를 염탐케 했는데, 조나라 왕이 무슨 행동을 하든 간에 즉각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무소불용간’ 참조)
한나라의 명장 한신은 정형에서 조를 공격할 때, 간첩을 보내 성복군(成復君)이 이좌거(李左車)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상황을 탐지케 한 후 정형을 향해 진격하기로 결정했다.
‘생간’은 적 탐지의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자기 쪽 간첩의 생명을 보전해야 한다.
그래서 장수가 ‘생간’을 활용할 때는 허락되는 범위 내로 한정 시켜야 한다.
‘생간’은 ‘사간(死間)’과 상대되는 말이다.
때로는 한 간첩이 ‘생간’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사간’이 되기도 한다. 역이기가 그런 경우였다.
처음 유방은 그를 진(秦)의 장수에게로 보내 첩보 활동을 벌이게 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진군을 크게 무찌를 수 있었다.
역이기는 진의 장수를 매수해서 죽음을 면하고, 한나라 진영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러나 두 번째 간첩 활동에서 역이기는 유방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