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손이가요 손이가 ooo에 손이가” 아주 오래된 과자 광고 노랫말이 생각나는 것처럼 “손이가요 손이가 엿에 손이가” 접시에 놓인 엿에 손이 자꾸만 간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맛이 좋은 엿은 처음이다. 바삭거리고 달콤하면서 담백한 맛이 나는 엿, 맛이 좋다.
엿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엿을 먹을 기회가 있어도 엿을 잘 먹지 않았다. 그러던 중 4년 전 봄날이었다. 순창 장구목 농가 맛 집에서 꽃 밥을 먹는데 누군가 엿 이야기를 꺼냈다.
엿을 만든 장인의 한 개 남아 있다는 엿을 사기 위해 순창 동계 낯선 길을 찾아갔다. 할머니가 창고에서 꺼낸 주신 엿은 무심한 듯 먹었는데 한입 베어 먹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박하사탕을 깨물었을 때처럼 바사삭, 담백하면서 달콤한 맛은 무엇이람.” 기억에 의하면 살아 있는 동안 가장 맛있는 엿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엿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길을 가다 엿을 사 먹는 습관이 생겼다.
어른이 되면서 엿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 그럴까? 남편도 한소리 했다. “왜 자꾸 엿판을 기웃기웃해.” 그때 생각났던 것이 바로 순창 엿이었다. 2020년 가을쯤에 순창 엿을 만드시는 할머니 찾아 전화를 해 보았다. 12월이 되어야 엿이 나온다고 했다.
엿은 날씨가 쌀쌀해지는 시기에 만든다. 전통의 엿 맛을 찾고 싶어 광주에서 순창 동계로 갔다.
할머니께서 내 주시는 엿을 한입 베어 먹었다. “바사삭, 그래 이 맛이었구나. 담백하면서 입안에 감도는 단 맛” 이 맛을 만나기 위해 그렇게 엿판을 기웃거렸다는 보다.
어릴 시절에 만났던 엿 이야기다. 60~7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은 먹거리가 많지 않았다. 아마 그 시절에 가장 맛있는 것이 엿이 아니었나 싶다. 마을에 엿장수가 나타나면 아이들이 몰려 왔다. 비닐, 깡통, 쇠 덩어리, 고무신등을 주면 엿과 바꾸어 주었다.
그중에 가장 엿을 많이 교환할 수 있는 것은 고무신, 비닐포대였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농산물에 필요한 물건이다 보니 구하기 힘들었다. 창고에서 부모님 몰래 비닐포대를 꺼내 엿을 사먹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순창에서 만드는 엿은 보리의 싹을 틔워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다음 뜨거운 고두밥을 첨가해 조청을 만들고 시간을 두면 갱엿이 된다.
갱엿을 화롯불 위에서 잡고 잡아당기면 하얀 엿이 만들어진다. 갱엿은 갈색인데 단단한 엿을 서로 잡아당기다 보면 하얀색으로 변한다. 잘 잡아당기고 부딪히다 보면 엿 색깔이 변하면서 엿에 구멍이 생긴다. 엿에 바람났다는 말을 들을 정도가 구멍이 보이면 엿 모양이 완성된다. 여러 번의 손길이 가야 만들어지는 엿은 우리나라의 농산물을 이용하여 만든다.
엿을 만들 때 주원료인 조청은 중요하다. 다음 백과에 의하면 ‘조청은 곡식의 녹말을 이용하여 만든 감미료의 하나. ‘조청(造淸)’은 사람이 만든 꿀이라는 뜻이다. 맥아(보리)에 들어있는 효소를 이용하여 쌀이나 보리 등의 녹말을 추출해낸 다음 삭혀서 건더기를 건지고 다시 졸여내 꿀과 같은 농도로 만들면 완성되며, 이 과정에서 더 졸여서 딱딱하게 굳히면 엿이 된다.’ 고 제시되어 있다.
조청은 우리나라의 천연 설탕인 재료를 이용하여 만든 엿은 장의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고 소화기 계통에 도움을 준다. 조청의 준 원료인 엿기름이다. 엿기름은 보리를 발효시켜 만들며 쌀, 보리, 깨, 생강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다.
우리나라의 엿은 만드는 과정도 좋고 옛날에서 내려온 진도 엿장수타령은 재미지다.
‘싸구려 허 어 허 허/ 굵은 엿이란다./ 정말 싸구나 파는 엿/ 맛좋고 빛 좋고 색깔 좋고/ 사월 남풍에 꾀꼬리 빛 같고/ 동지섣달 설한풍에/ 백설같이도 희얀 엿/ 싸구려 허 어 허 허/ 굵은 엿이란다./ 지름이 찍찍 흐르는 엿/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석달 열흘 백일 삼재허여/ 동삼가루로 제조를 했단다./ 둥실둥실에 감자엿/ 펑퍼졌다고 나발엿이야./ 허랑방탕 파는 엿/ 이리 오라면 이리 오소/ 어디로 가면 그저 주느냐./ 지름이 작작 흐른다.’ ‘진도 엿장수 타령’ 일부분이다. 노랫말도 재미지고 듣는 이로 하여금 박수를 나오게 하는 엿장수 타령은 전통의 엿 맛과 함께 노래를 불러본다.
“손이가요 손이가 엿에 손이가” 자꾸만 손이 가는 엿과 함께 긴 겨울밤을 보내본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과의 관계를 멀리 두는 시기에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거리인 엿으로 마음도 달래고 속도 달래며 코로나시기를 잘 지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