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위간(威間)
  • 호남매일
  • 등록 2021-02-04 00:00:00
기사수정
  • 위협 수단을 활용하는 간첩술(威間)

/이정랑 중국 고전 연구가


‘위간(威間)’이란 ‘병경백자’ 「간자」에서 제기한 16가지 ‘용간법’ 중의 위협 수단으로 간첩 활동을 벌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원전 681년, 제나라의 군주 환공(桓公)과 노나라의 군주 장공(莊公)이 가(柯)라는 곳에서 회담을, 했다.


두 나라 군주가 높은 제단에 서서 맹약을 맺으려는데 갑자기 노나라의 무사 조말(曺沫)이 비수를 들고 제단으로 뛰어 올라와 곧장 제 환공에게로 다가갔다.


이 상황에서 제나라 사람들은 조말이 환공을 해칠까 봐 감히 어떤 행동도못하고 있었다.


제 환공이 질린 표정을 지으며 조말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이냐?”


“제는 강하고 노는 약한데, 당신네 제나라는 노나라를 지나치게 기만하고 있소 과거에 빼앗아갔던 땅을 돌려주시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러면서 조말은 손에 들고 있는 비수를 번득이며 다시 한번 환공을 다그쳤다.


“자, 어떻게 하시겠소.”


제환공은 조말의 위협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노나라 땅 전부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환공의 약속을 받아낸 조말은 비수를 버리고 제단을 내려왔다. 안전을 확인한 환공은 크게 화를 내면서 방금 한 약속을 뒤집으려고 했다. 그러자 대신 관중(管仲)이 나서서 말렸다.


“대왕께서는 약속을 어기시면 안 됩니다. 만약 약속을 어기시면 여러 제후국 앞에서 위신을 잃게 될 것이고, 이후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은 협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노나라 땅은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노나라는 잃어버린 옛 땅을 회복했다. 이 땅은 조말이 장군으로 있을 때 제나라와 세 차례 싸워 패하는 바람에 잃어버린 것들이었다.


‘모수(毛遂)가 자기 자신을 추천했다’는 ‘모수자천(毛遂自薦)’은 인구에 회자 되는 유명한 고사 중 하나다.


모수가 평원군(平原君)을 수행하여 조나라에 가서 초나라 왕으로 하여 ‘합종’에 동의하게 만든 것도 성공적인 ‘위간’ 사례라 할 수 있다. 평원군과 초왕이 ‘합종’건을 놓고 회담을 가지는 데 아침부터 시작해서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도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모수는 검을 들고 회담장으로 쳐들어가 ‘합종’의 이해관계는 단 두 마디면 끝날 일인데 어째서 한나절이 지나도록 타결을 보지 못하느냐고 다그쳤다.


초왕이 사람 살리라고 고함을 지르자, 모수는 검을 움켜쥐고 겁을 주었다.


“10보 안에 당신이 믿는 초나라 사람은 아무도 없소. 당신의 목숨은 내 손아귀에 달려 있소.”


그러면서 모수는 계속해서 간결하고도 심각한 논리로 이번 일의 이치를 얘기함으로써 상대를 설득했다.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 초왕은 얼떨결에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맞네, 맞아! 그대 말이 그렇다면 지금 내 모든 사직을 걸고 ‘합종’에 따르도록 하지.”


‘위간’은 또한 현란한 위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적의 내부 역량을 분산시키고 내부 모순을 끌어내기도 한다.


전쟁사에서 어느 한쪽의 내부에서 상대방의 위력에 겁을 먹고 강대한 쪽에 복종하려 할 때 흔히 강경파와 온건파로 틈이 벌어지게 되고, 그것이 내부 모순으로 발전하여 약한 틈을 보이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위간’의 성공적인 기초는 자기 쪽의 일정한 실력에 달려 있다. 자신의 역량이 적보다 약하고 자기 쪽의 상황 또한 적이 장악하고 있다면, 이 수단은 힘을 쓸 수 없다.


외교의 승리는 각종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위간’은 특정한 조건 아래서 채택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적시에 사용하면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문화 인기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