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의 한 공무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50여 년간 생이별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한 남성의 사연을 접하고, 적극 행정을 펼쳐 모자(母子) 상봉을 도왔다.
도움을 받은 남성도 해당 공무원이 근무하는 행정복지센터에 '소외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쌀 70포대를 기부,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3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0일 국내 모 자동차 커뮤니티에 '이제서야 어머님을 찾아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 A씨는 "생후 7개월 무렵 어머니와 이별한 뒤 소식이 끊긴 채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면서 "이제라도 어머니를 찾아 모시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초등학생 시절 할머니와 함께 경기도 ○○군 △△면 인근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재혼 가정을 꾸린 직후였고 이복 여동생, 외가 친척을 만난 기억이 있다. 20대 때에는 '어머니께서 보고 싶어하신다'는 말을 전하러 찾아온 이복 여동생 앞에서 매몰차게 돌아섰다"며 자신의 기억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찾기 위해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전산시스템을 조회해봤지만,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고 했다.
평소 해당 커뮤니티를 즐겨보던 광주 서구청 이재금(49) 주무관은 글쓴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답글·쪽지 형태로 전했다.
조언대로 해봤지만 '어머니 찾기'가 진척이 없자, A씨는 이 주무관에게 직접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주무관은 A씨가 촬영한 제적 등본 등 관련 서류를 메신저로 받아보며 단서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5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기억도 희미했고, 행정 서류도 흔적조차 없이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이 주무관은 기존 근무지에서 화정1동 행정복지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지난달 1월13일 이 주무관은 새 부임지인 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업무 인수 차 방문이었지만, A씨의 애타는 사연이 잊혀지지 않았다.
이 주무관은 A씨의 사연 속 몇 가지 단서에 주목했다.
A씨가 어릴 적 어머니를 잠시 만난 경기 ○○군 △△면이 A씨 어머니가 재혼한 남편의 등록기준지(옛 본적지)일 확률이 높다고 추론, 해당 지역으로 조회 범위를 좁혔다.
이를 토대로 A씨가 기억하는 이복여동생 이름을 가족관계시스템에서 조회, A씨 어머니 추정 인물을 찾았다.
이후 주민등록전산을 통해 연락처를 구했고, A씨의 사연 속 어머니임을 확인했다. 이 주무관은 곧바로 A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양측에 연락처 제공 동의 여부를 물어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천시민 A씨는 곧바로 경기 지역에 살고 있던 어머니를 찾아가 50여 년 만에 재회했다.
A씨는 해당 커뮤니티에 '적극 행정 덕에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다음주 생신을 맞은 어머니를 모시고 식사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감사하다'는 글을 통해 이 주무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 이 주무관이 근무하고 있는 화정1동 행정복지센터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10㎏짜리 70포대를 전했다.
화정1동 주민단체는 이날 다가오는 설 명절을 맞아 생계가 어려운 70가구에 쌀 포대를 전달했다.
이 주무관은 "공무원으로서 작은 도움을 보탠 것 뿐이다. A씨가 어머니와 상봉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답례로 소외 이웃에 온정을 전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