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윤석열 패싱' 논란 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박 장관이 "총장은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애썼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8일 오전 8시33분께 법무부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이처럼 밝혔다.
박 장관은 '윤석열 총장과 인사 협의를 형식적으로 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지적에 "총장은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이해를 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국장은 교체했고, 신임 검찰국장은 총장의 비서실장 격인 기조부장을 했던 사람을 임명했고, 또 신임 기조부장에 총장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했고 대전지검장을 유임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패싱' 이런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주말인 전날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 총장 측에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의혹에는 "지금 거론된 분들은 총장을 직접 만났을 때 제가 구두로 명확하게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기 나름이겠지만 꼭 총장 시각에서만 물어봐 주진 마시고, 제 입장에서도 물어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저로서는 애를 썼다. 총장 입장에선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한 이유'를 묻자 "현안 수사를 하는 분들은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 이후 인사를 대대적으로 할 예정인지를 묻는 말엔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앞서 박 장관은 전날 대검검사급 검사 4명을 전보 인사했다.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자리를 유지했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도 유임했다.
박 장관은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 윤 총장을 만나 검찰 간부 인사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등 총장의 의견을 반영코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윤 총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이두봉 지검장 유임'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검장과 심 국장, 대검 부장 등 일부 지휘부 교체를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검찰 내부에서는 추미애 전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에서도 사실상 윤 총장이 '패싱' 됐다는 논란도 나왔다. 인사 발표에 앞서 법무부가 인사 시점이나 범위, 내용 등을 윤 총장 측에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법무부는 윤 총장이 박 장관과의 회동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전날 오전 실무 라인을 통해 인사안을 정식 전달하려 했으나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