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해오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5일 별세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유가족인 장녀 백원담 교수가 기자회견을 하며 고인의 책자를 꼭 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15.
'민족·민중·민주 운동의 큰 어른'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향년 89세의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광주에서도 시민분향소가 설치된다.
15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45분께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한 백기완 선생을 추모하고자 광주 동구 금남로 광주YMCA 2층 무진관에 시민 분향소가 설치된다.
백 소장이 생전 강조했던 '노나메기'를 따,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광주시민분향소'로 이름 붙여진다.
'노나메기'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모두가 올바로 잘사는 세상'을 의미한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문을 연다. 오는 18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고인의 뜻에 따라 모든 조화 또는 조기는 받지 않는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음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온라인을 통한 추모도 가능하다.
광주 시민사회 단체들은 "백 소장의 유지를 받드는 의미로 분향소를 설치, 운영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평화 통일, 평등 세상을 위한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재야 운동가인 백 소장은 1950년대부터 농민과 빈민운동 등 한국 사회운동 전반에 적극 참여했다. 1960년대에는 한일협정 반대 투쟁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백 소장은 '백범사상연구소'를 세우고 3선 개헌 반대와 유신 철폐 등 활동에 참여했다. 1974년에는 유신헌법 철폐 100만인 서명 운동을 주도, 긴급조치 1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1979년엔 'YMCA 위장결혼 사건', 1986년에는 '부천 권인숙양 성고문 폭로 대화'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혹독한 고문과 옥고를 치렀다.
백 소장은 투옥 당시 장편시인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을 지었다. 이후 황석영 소설가는 '묏비나리'의 일부 문구를 빌려 가사를 썼다.
여기에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던 김종률 작곡가가 곡을 붙인 것이 민중의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이다.
백 소장의 '묏비나리' 중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등의 문구가 '님 행진곡'의 가삿말에 담겼다.
이렇게 탄생한 님 행진곡은 카세트 테이프 녹음 방식으로 제작돼 대학가 학생 운동권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투쟁 현장에서 불렸다.
백 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다. 같은 날 오전 8시30분에는 서울 종로구 통일문제연구소를 방문하고 대학로에서 노제·추모 행진을 한 뒤 영결식을 진행한다.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이다.
/한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