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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간(謠間)
  • 호남매일
  • 등록 2021-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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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 가요를 활용하는 간첩술(謠間)

/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요간’은‘병경백자’ 「간자」에서 말하는 16가지 ‘용간법’중의 하나다.


방법은 가요를 만들어 적 군중에 퍼뜨리는 것으로, 노래를 이용하여 나에게 절대적으로 장애가 되는 자를 제거하거나 적 내부에 혼란을 일으켜 그 틈을 타려는 것이다.


‘가간(歌間)’·‘언간(言間)’·‘요간(謠間)’은 수법 면에서 대체로 일치하지만 ‘요간‘의 형식은 ‘가간’이나 ‘언간’에 비해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다.


형식이 활발하기 때문에 전파 속도가 빠르며, 실체도 없고 흔적도 없기에 추적도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적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어, 적지 않은 성공을 가져다준다.


‘북제서’ 「곡율광전 斛律光傳」에 이런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북주(北周)의 훈주(勛州.-지금의 산서성 직산현) 자사 위효관(韋孝寬)은 옥벽(玉壁.-산서성 직산 서남)에 진을 치고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북제의 함양왕 곡율광(斛律光)이 용감하고 전쟁에 능하며 그 사람 됨됨이가 정직해서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위효관은 그를 제거하여 북주에 대한 위협 세력을 없애기로 했다.


위효관은 곡율광이 조야의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서 조정(祖珽)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몰래 다음과 같은 가요를 지었다.


백승비상천(百升飛上天), 명월조장안(明月詔長安)


고산불추자붕(高山不推自崩), 곡수불부자수(斛樹不扶自竪).


그는 간첩을 제나라의 수도 업성(?城.-지금의 하북성 임장)에 보내 이 가요를 널리 퍼뜨리게 하여, 업성의 아이들이 길거리를 다니며 부르게 할 정도로 만들었다.


조정은 이 노래를 들은 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은밀히 그 뒤에다 다음과 같은 두 구절을 덧붙였다.


맹안노공배상대부(盲眼老公背上大斧)


요설노모부득어(饒舌老母不得語).


옛날 그릇의 용량을 재는 단위는 승(升)이었는데 10승이 1두(斗)가 되고 10두 즉 100승이 1곡(斛)이 된다. 곡은 곡율광의 성을 의미하며, 명월은 그의 자다.


따라서 이 가요는 곡율광을 주인공으로 한 것임을 암시한다. 북제 황제의 성이 고(高)기 때문에, 고산은 북제의 왕을 암시한다. 따라서 이 가요는 이런 뜻이 된다.


곡율광이 하늘을 날고,


그의 밝은 빛이 장안을 비추는구나.


고씨는 멀지 않아도 절로 무너지고,


곡씨는 바치지 않아도 절로 서는구나.


북제의 황제 고위(高緯)가 조정을 불러 이런 가요를 들어보았냐고 물었다. 조정과 육영훤(陸令萱)은 들었노라 대답했다.


조정은 소경이었고, 육영훤은 북제 후주의 유모였다. 육영훤은 ‘요설노모’는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고 ‘맹노공’은 조정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조정과 몰래 짜고 이 노래를 가지고 후주에게 곡율광을 모함한 것이었다. 따라서 조정이 덧붙인 뒤쪽 두 구절의 뜻은 이러했다.


눈먼 노인 조정, 할 일 없이 등 뒤에 큰 도끼를 지고 다니며,


말 잘하고 말 많은 노모 육씨 말을 못하는구나.


곡율광 일가는 대대로 대장군을 지냈고 곡율광 자신도 전쟁에서 공을 세워 그 명성을 관서(關西) 지방에 떨쳤다.


그의 동생 곡율선(斛律羨)은 지금 돌궐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고, 곡율광의 딸은 지금의 황후며, 아들은 공주를 아내로 취한 부마여서 그 집안의 권세가 실로 막강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이런 가요는 심상치 않은 것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과 육씨는 이런 식으로 곡율광을 중상모략했다.


후주는 대신 한장난(韓長鸞)에게 이 일을 처리해야 하느냐고 물었으나, 한장난이 안 된다는 바람에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연약하고 겁 많은 후주는 곡율광이 반란을 일으킬까 봐 끝내 곡율광을 죽음으로 몰았다. 물론 여기에는 조정의 끊임없는 모함이 크게 작용했다.


위효관은 가요를 이용하여 적을 이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기 손이 아닌 적의 손을 빌려 적의 장수를 죽였고, 북제는 이 때문에 곧 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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