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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유곡마을 소나무는 누가 지키나
  • 호남매일
  • 등록 2021-03-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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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섬진강은 언제나 좋다. 봄이 되면 마실 나가듯 들리는 곳이다. 봄빛이 가득하니 섬진강의 은어 비늘 같은 햇살을 품은 강이 그리워 무작정 길을 나섰다. 강변의 봄은 산수유나무에서 먼저 오나보다. 연 노란빛 머금은 산수유 빛은 좋다.


봄은 아련하게 온다. 그렇기 때문에 봄의 노래도 아련하다. 장범준의 벚꽃 엔딩 노래를 부르며 가는 길마다 새색시 웃음을 머금은 매화꽃의 향 내음이 길을 재촉한다.


섬진강을 길을 걷노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누구나 마음이 평안해진다.


물과 물이 이어져 산과 산이 이어져 끝없이 노래하는 섬진강은 이름 없는 풀들도 정이 간다. 이 길을 가면, 저 길이 서운한 섬진강은 가도 가도 이야기가 있다. 봄빛이 물드는 섬진강을 따라가 보아라. 섬진강은 노래하고 있다.


섬진강을 가다보면 시인이 된다. 아름다운 강변길은 사람을 느긋하게 해주어 미운 놈도 용서가 된다. 그 섬진강에도 작년 여름 장마는 강산을 그대로 할퀴고 지나갔다.


섬진강 길 따라 파헤쳐진 산하를 보면 가슴이 아팠다. 세월이 흘렀건만 물살에 드러누운 대나무는 그대로 자연이 되어버렸다. 물살이 할퀴고 간 강은 맨살을 드러내며 울부짖고 있다.


구례 섬진강변에는 곡을 가진 마을이 이어진다. 길 따라 무작정 가다보면 유곡마을에 작은 찻집이 있다. 길가는 나그네 한숨 돌리고 갈 수 있는 곳이다. 찻집에 커피가 좋아 섬진강 나들이에 몇 번 들리다 보니 어느새 주인장과 말동무가 되었다.


찻집 강 앞에는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마주 서 있다. 찻집에 앉아 주인장이 선택해주는 커피를 마시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오른쪽 소나무, 왼쪽 은행나무가 마주보고 서 있다.


작년 장마에 물이 찻집까지 찼다고 한다. 순간 “소나무는 괜찮았나요.”, “소나무도 물이 차 죽은 줄 알았다니까요”, “그랬네요. 가지에 잎들이 누렇게 변했어요.” 찻집 주인장은 말을 이어 갔다. “소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살렸어요. 아마 이 동네 어르신들의 막걸리가 많이 들어갔죠. 동네 마실 나온 할머니들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했어요. 어휴 내공이 크지.”


주인장은 군목인 나무는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노랗게 죽은 부분을 가지치기가 필요한데 안타깝게 보고 있다고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하였다. “막걸리가요.” 물음에 주인장은 이 동네 어르신들이 하는 것을 보고 죽은 나무를 살리는 것은 발효식품은 막걸 리가 좋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죽어가는 고목을 살리기 위해 나무에 막걸리를 뿌려 성장을 촉진시켰다.


막걸리 안에 있는 아미노산, 유기산, 비타민이 녹아 막걸리와 물을 비율을 적당히 해 주면 미생물 활성 촉진되어 나무가 성장하는 좋은 비료가 된다. 그걸 아신 어르신들은 막걸리를 아끼지 않고 나무에 주었다. 마을의 나무를 지키고자 하는 정성아 소나무를 지켰을 것이다.


소나무는 주인장이 없다. 군목(郡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대로 벌목도 안 되고, 가지치기를 하더라도 군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소나무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자라온 나무다. 무심한 세월 속에 마을의 이야기를 품은 나무인 것이다.


막걸리가 나무에 스며들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하니 소나무가 더욱더 늠름해 보였다. 소나무를 바라본다. 다행이 몇 개의 가지만 노란 잎을 보이고 잘 자라 주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소나무를 오랫동안 볼 수 있어서 좋다.


섬진강변을 가다보면 나무, 풀포기 한그루에도 강과 산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무엇보다도 함께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애환이 숨어 있다. 섬진강 유곡마을의 소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지킨 것이다.


섬진강은 서러울 때 생각이 난다. 강변에서 울어도 누구에게 들키지 않아서 좋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곳, 누구라도 품어 주는 곳, 햇살이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곳, 섬진강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간다.


유곡마을 강변 찻집 주인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막걸리를 뿌리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었을 할머니들의 조심스런 마음을 생각하니 훈훈해진다. 삶속에 지치다가도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이 솟는다.


섬진강 유곡마을 소나무는 누가 지키나. 마을 주민들의 마음과 발길이 소나무를 지켰을 것으로 본다. 아름드리 서 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섬진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힐링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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