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행복한 사람
  • 호남매일
  • 등록 2021-03-09 00:00:00
기사수정

/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이라는 노랫말이다. 언제 들어도 편안하게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조동진의 노래는 듣고 있으면 명상이 된다.


행복한 사람 발걸음을 소개한다. K는 봄이 오면 꽃길 따라 길을 떠난다. 그 봄 길에 함께 하는 나도 행복한 사람이다. 전북 임실군 덕치면 섬진강 길을 따라 천담에서 발걸음을 옮긴다. 조동진의 노랫말처럼 바람결 느끼며 걷는 K의 두 눈이 맑다.


섬진강 첨담에서 길 따라 머물다 걷고, 머물다 걷다보니 어느덧 구담이다. 구담마을은 풍경이 아름다워 K가 자주 찾는 곳이다. K에 의하면 이십년 전 문화답사를 갔는데 그 길이 생각이 나 어렵게 찾아 내 구담을 해마다 열 번 넘게 간다고 했다.


구담은 K의 풍멍(풍경을 보며 멍 때리는)장소다. 구담언덕에서 바라보는 산하는 아름답다. 계절마다 K는 소식을 전해 온다. “까치꽃이 피었어. 서어나무에 새순이 올라 왔어.” 보내온 편지에는 바람결을 그대로 담아주어 그 강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담에서 강변을 따라 장구목으로 향한다. 장구목으로 향하는 봄 길에는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광대가 입은 옷 모양을 닮아 광대나물, 애기똥풀꽃등이 소담스럽게 싹이 올라와 있다. 냉이풀꽃은 어느덧 자리를 잡아 솜털 같은 꽃을 피웠다.


임실 회룡 마을을 지나 순창에 들어서면 할머니가 두고 간 집 마당에 풀이 무성하게 올랐다. 다행이 햇살이 마당을 따사로이 비추어 덜 외롭게 느껴진다. 지게보다 더 나이가 든 할아버지는 나무 한 짐 가득 지고 구부러진 고갯길을 걷는다. 느릿느릿 할아버지의 고갯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강물은 저편에 가 있다.


바람결을 따라 장구목으로 걷는다. 이십년을 걷다보니 강산도 변했다. 강변에 그리 많았던 너럭바위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언덕에는 하나, 둘 집들이 들어서 오래된 기억의 풍경들은 스멀스멀 사라져 간다. 갈 봄 없는 날, 바람 결 따라 K와 걷는다. 먼 길 여행에 노곤한 몸을 풀며 바람을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자연을 닮아 있다.


햇살과 닮은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살맛이 난다는 K의 이야기를 기억해 본다. 탈무드에 있는 세 석공이야기다. 어느 성당에 돌을 다듬고 있는 석공 세 사람이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한 노인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라도 물었다. 첫 번째 석공은 “돌을 깨고 있지 않습니까. 등뼈가 휘도록 일해도 몇 푼 받지 못하지요.” 두 번째 석공은 “일을 하면 돈을 주니까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고 있지요.” 세 번째 석공은 “성을 짓기 위해 돌을 다듬고 있다. 성을 쌓는데 한 몫을 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돌을 다듬기 시작했다. 세 석공 이야기는 한번쯤 들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세 번째 석공에게 박수를 보낸다. 세 번째 석공처럼 즐겁게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K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두 번째 석공의 삶이 숭고하다.


우리의 삶, 구석구석 둘러보아도 먹고 살기 위해 한 푼의 돈을 모으는 사람들의 손길을 따스하다. 사랑이 베여 있으니 말이다. 석공은 노동과 땀으로 얻는 평화와 풍요는 자신의 삶도 중요하지만 밥벌이에 대한 것을 숭고하게 받아들이는 삶인 것이다.


밥벌이에 대한 고단함을 이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인내하며 삶을 견디는 이가 훌륭하다. K는 인간의 밥벌이에 대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삶은 타박타박 걸으면서 이겨내는 숭고한 이들이 만들어간다.


행복한 사람 K는 어디쯤 걷고 있을까? 바람결을 찾으며, 별을 찾고 있을 K의 눈을 사랑한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따스한 눈빛 따라 밥벌이의 숭고함을 아는 K의 눈길이 머문 풍경들도 잘 있겠지?


봄날, 광대나물, 벼룩나물, 조뱅이, 방가지똥 아무나 만나지 못한 길을 걷는 행복한 사람 K를 사랑한다. ‘외로운 가요 당신은 외로운 가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K는 오늘도 어디쯤에서 ‘행복한 사람’ 노래를 부르고 있겠지.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문화 인기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