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중국 제품 불매 운동'을 의미하는 '노 차이나'(No China) 확산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19년부터 반일 감정이 심화하면서 일본 제품을 거부하는 '노재팬'(No Japan) 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데 이어서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김치를 만드는 중국인 영상이 공개된 데다 오뚜기 '옛날미역'에 중국산 미역이 혼입됐다는 의혹으로 소비자 불안이 커진 여파다.
대상 청정원은 tvN 주말극 '빈센조'에 간접광고(PPL)로 등장한 중국기업 '즈하이궈' 비빔밥 합작 의혹에 선을 그었다
청정원은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내 자사 공장에서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생산한 김치 원료를 즈하이궈에 단순 납품할 뿐"이라며 "합작 형태가 아니다. 해당 제품은 즈하이궈가 독자적으로 생산·유통하고 있다. 당사는 즈하이궈의 국내 마케팅 활동이나 PPL에 관여하지 않는다. 제품 공동 개발 등 협업 활동도 없다"고 해명했다. "중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 거래처에서 당사 원료를 단순 납품하는 활동이 최근 이슈와 맞물렸다.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앞으로도 기대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즈하이궈 비빔밥은 14일 방송한 이 드라마 8회에 등장했다. 중국 김치공정 논란 후 한중 갈등이 고조한 상황에서 한류스타 송중기가 중국식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타 비판이 쏟아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드라마 제작비 충당을 위해 선택한 상황이겠지만, 요즘 같은 시기엔 정말로 안타까운 결정"이라며 "중국어로 적힌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이 자칫 해외 시청자에게 중국 음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정원은 중국 현지 법인에서 만든 원료를 거래처에 납품한 것뿐이고, 김치로 뭘 만드는지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청정원 관계자는 "빈센조에 PPL을 진행한 것도 몰랐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전 세계에 김치를 알리고 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김치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번 논란으로 '매국노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중국에서 배추를 대량으로 절이는 방법' 영상이 중국산 불매 운동에 불을 지폈다. 영상 속 알몸의 남성은 구덩이에서 배추를 절였다. 소금물은 흙탕물처럼 탁하고, 배추를 나르는 굴삭기도 녹슬어 있다. 굴삭기 기사라고 소개한 중국인은 지난해 6월 중국 웨이보에 이 영상을 공개하며 "여러분이 먹는 배추도 내가 절인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한 중국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문제 영상은 수출용 배추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 관련 제품을 '파오차이'(泡菜)라고 표기하도록 강제해 국내 기업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 대상 청정원·종가집을 비롯해 CJ제일제당 '비비고', 풀무원은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을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김치를 파오차이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슈 전부터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에 따라 김치를 파오차이로 기재했다"면서도 "한국어 '김치', 영어 'Kimchi' 등도 병기해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중국은 자기식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있는데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김치가 파오차이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 문제 아니냐.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