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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물리학
  • 호남매일
  • 등록 2021-03-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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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만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사랑의 물리학’ 이라는 김인육 시인의 시다. 도깨비 드라마에서 공유가 시를 낭송해 대한민국이 국민이 다 안다는 시를 이제야 알았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사랑의 물리학이라는 단어가 입가에 맴돌았다. ‘첫사랑’ 누구나 설레인다.


사랑에 대한 단어를 이과 언어로 연결해 풀었다. 사랑의 물리학이다. 물리학은 자연의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처럼 사랑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어쩔 수가 없다. 자연현상의 법칙이다. 아무리 발버둥 치지만 가는 마음을 어찌할 것인가?


봄비가 내리는 날, 섬진강 상류 강변을 따라 산책을 했다. 강가에서 서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남성 두명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공지능, 1인 미디어 커머스, 트랜스 포메이션 등 첨단화 되어가는 뉴노멀의 시대에 그 무엇보다 자연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시골 처마 밑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힐링하는 모습은 평안하다. 인간이 가장 힘들 때 찾아가는 곳이 어디일까? 자연을 찾은 사람은 오랫동안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가는 곳이 술집이라면 마음의 병과 건강을 잃어버린다. 강변을 바라보는 편안과 여유로운 마음을 어떻게 언어로 다 설명할 것인가?


강변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니 어느새 매화 향 내음이 온 마을에 번져 다가온다. 약속된 밥집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장은 들과 산에서 얻어온 나물로 정성스러운 밥상을 준비해 주었다. 밥상에는 봄이 가득 앉아 있다. 넓은 쟁반에 봄이 꽃으로 탄생하였다. 쑥, 찔레순, 머위, 치나물, 돌나물, 쑥부쟁이, 진달래, 원추리 등 이제 갓 올라온 봄의 새싹들이 봉곳이 밥상에 앉아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봄 자연의 밥상을 본 순간, 요동치며 움직이는 입과 몸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자연의 물리학이다. 봄의 튀어 오른 자연의 모든 것들이 인간의 몸에 들어와 온 몸에 파동을 준다. 봄에는 봄의 입맛을 찾게 된다. 당연히 쓴 맛이다. 머위, 씀바귀, 쑥부쟁이, 쑥 등 다 쓰다. 봄이 되면 쓴 맛으로 식욕을 챙기는 것이 인간의 몸이다.


쓴 맛은 식욕을 촉진한다. 다음백과 과학 향기 자료를 보면 쓴 음식이 식욕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벨기에 루뱅카톨릭대 잉게르 데포르테 교수팀은 음식에서 쓴 맛을 내는 분자가 위 속에 있는 쓴맛 수용체에 결합하면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분비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식욕 메커니즘을 간단히 요약하면 식욕 촉진 호르몬 ‘그렐린’과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이 상호작용한 결과다. 그렐린은 위에서, 렙틴은 내장지방에서 분비돼 혈관을 타고 식욕조절센터인 뇌의 시상하부에 도달해 작용’ 한다는 것이다.


섬진강 상류 장군목 농가 맛 집에서 만나는 봄의 밥상은 눈부셨다. 몸의 물리학이었던 것이다. 밥상에 올라온 봄나물이 적당해서 좋다. 동행하였던 지인은 봄나물을 먹고 “아 바로 이게 자연의 맛이지.” 감탄사를 날린다. 자연과 만난 몸이 요동치는 것이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꿈꾸지만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봄맞이 밥상으로 자연의 물리학을 경험하고 온 후 쑥부쟁이, 원추리나물 맛이 계속 입가에 맴돈다. 이것은 OO의 물리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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