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 의무가 없는 것으로 위장한 채 코로나19 방역·의료 혜택만 쏙 빼먹은 '얌체' 이중 국적자 등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들의 납세 의무를 철저히 검증해 검찰 고발까지 고려하는 등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24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적 등 신분을 세탁하거나, 정교하고 복잡한 국제 거래를 이용한 역외 탈세 혐의자 54명을 확인해 이들의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무 조사 대상에는 이중 국적자·다국적 기업 관계자·사주 일가 등이 다수 포함됐다.
가장 두드러지는 탈세 유형은 '국적 등 신분 세탁'이다. 납세 의무가 없는 비거주자(국내에 주소를 두지 않거나, 183일 이상 거주하지 않은 자)로 위장해 소득·재산은 해외에 은닉하고, 코로나19 방역·의료 등 한국의 복지만 향유한 이중 국적자 14명과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회사로 설립·변경해 소득을 빼돌린 외국계 기업 6곳이다.
A씨의 경우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과 한국에 거주, 의료기관 여러 곳에서 혜택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외국 국적자임을 이용해 '일시적 사유'의 출국일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한국 체류일 수를 조작, 비거주자로 위장해 해외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수십년간 주식회사였던 B업체는 유한회사로 조직을 바꾸고, 해외 관계사와 기술 도입 계약을 맺은 뒤 거액을 들여 수행한 연구·개발(R&D) 기술 소유권을 공짜로 넘겼다. 기업 이익을 해외로 부당하게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경제적 지위와 배경을 이용해 복잡한 국제 거래 구조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정당한 대가 없이 부를 늘린 자산가 16명과 중계 무역·해외 투자 등 정상 거래로 위장해 소득을 빼돌리고, 역외 비밀 계좌 개설 등을 통해 재산을 숨긴 지능적 탈세 혐의자 18명도 있다.
C씨는 조세 회피처에 세운 자회사에 거액의 핵심 자산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유보했다. 유학 중인 자녀에게는 자회사를 통해 급여를 지급했고, 지분 이전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조사 착수 전 해당 혐의자의 출입국 내역, 국내 사회·경제 활동, 가족 등 자산 현황을 철저히 검증했다. 국내·외 수집 정보, 국가 간 정보 교환 자료, 해외 금융 계좌 신고 자료 등도 활용해 탈루 혐의를 확인했다.
이번 탈세는 국가·사회적 위기를 개인적 축재에 이용하고,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탈세에 악용한 반사회적 행위인 만큼 혐의를 철저히 검증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각오다.
국세청은 "이들의 조세 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면서 "공정 과세에 관한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반칙과 특권을 남용하는 불공정 탈세에 관용 없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