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정권 타도를 부르짖으며 전남대학교 교정에서 분신, 1991년 5월 민주화운동을 이끈 고(故) 박승희 열사의 30주기를 맞이한 다채로운 추모 행사가 열린다.
24일 박승희 열사 30주기 추모행사위원회에 따르면, 추모행사위는 오는 27일 오후 4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출범식을 연다.
출범식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30명만 참석한다.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
추모행사위에는 1991년 당시 박 열사 민주국민장 장례위원회에 참여했던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당시 장례위원장), 신경호 전남대 전 학생처장(당시 민주국민장 호상) 등 지역사회 원로가 참여한다. 정성택 전남대학교 총장과 안영근 전남대학교 병원장 등도 고문으로 나선다.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들도 자문위원으로 함께한다.
추모행사위 상임위원장은 오창규 박승희 정신계승사업회 회장이 맡는다.
추모행사위는 다음달 24일 목포 정명여고의 박 열사 흉상 앞에서 지역 추모식을 시작으로 추모 행사를 잇따라 연다.
박 열사의 기일인 오는 5월19일에는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30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추모제는 열사 정신 계승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참여형으로 마련된다.
오는 10월 중에는 박 열사의 정신을 조명하는 평전을 펴낼 계획이다. 부모·친구·대학 동문들이 박 열사의 일생과 투쟁에 대해 이야기한 영상 인터뷰를 모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작업도 시작한다. 영상 인터뷰는 다음달부터 차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개되고 다큐멘터리는 올해 10월까지 제작을 마친다.
박 열사와 관련한 사진·영상·기록물을 수집, 디지털화해 '기록보관소'(Archive·아카이브) 형태로 구축하는 작업도 펼쳐진다.
민주화운동의 열기가 뜨거웠던 1991년 5월 당시 열사들의 투쟁을 재조명하고 의의를 기리는 학술모임도 5월부터 6월 사이 진행된다.
오창규 상임위원장은 "1991년 5월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쟁취한 절차적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3당 합당, 내각제 개헌 추진 등 민중 요구를 왜곡·억압하던 노태우 정권에 맞선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항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잔혹한 국가폭력에 맞서 강경대 열사 운구, 박승희 열사 노제 등을 사수하며 1980년 오월광주의 대동세상을 재현했다"며 "3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열사들이 바라봤던 시선 끝자락을 보며 숭고한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희 열사는 1990년 전남대 가정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 교지편집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학생운동에 앞장섰다.
강경대 열사 사망 이후 1991년 4월26일 교내에서 열린 민주화 집회에서 독재 정권 타도 등을 외치며 분신했다.
이후 21일 만인 5월19일 숨져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됐다. 박 열사의 분신은 노태우 정권의 반민주화 시도를 규탄하는 민주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박 열사는 2005년 9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박 열사의 전남대 동문 등은 정신계승사업회를 꾸려 매년 5월25일 추모제를 이어오고 있다.
/김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