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사령탑 대진표가 12일 윤호중·박완주 의원의 '2파전'으로 확정됐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오는 가운데 각각 친문 당권파와 비주류 쇄신파 대표주자가 외나무다리에서 격돌하게 돼, 의원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4선 윤호중 의원(경기 구리)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변화된 민주당의 모습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네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 내겠다"며 "당을 혁신해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원내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윤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 친문으로, 이해찬 지도부에서 21대 총선 공천 작업을 주도했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선 김태년 전 원내대표에게 양보하고 출마하지 않았다.
3선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도 출마 회견을 갖고 "변화와 혁신에도 골든타이밍이 있다. 혁신에는 성역이 없다"며 "이제 변화와 혁신으로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가치를 복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86그룹이자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계보인 박 의원은 민평련에서 활동하고 '더좋은미래' 대표를 맡은 바 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우상호 전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양측은 출마 일성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윤 의원은 재보선 참패 원인과 관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를 막지 못하고 집값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도 우리의 부족함"이라고 짚었다. 이후 ▲코로나19와 경제위기 극복 ▲LH 사태 등 부패 척결 ▲당정청 협력체계 구축 등 원내대표로서 공약에 힘을 실었다.
재보선 참패 이유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꼽는 당 일각의 시각에 대해선 "이미 1년 반 전에 있던 일이라 개인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박 의원은 "중진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떠나는 민심의 경고에 침묵했다"고 자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성비위 내로남불과 2차 가해 ▲부동산 부정부패 위선 ▲공정 훼손에 따른 청년층의 냉소 ▲당정청·당내협의 부실화 등의 문제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앞서 열린 재선 모임에 참석해선 "이대로 가면 정말 내년에 죽는다는 것에 (다들) 동의할 것"이라며 "혁신에는 성역이 없다"고 쇄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이 강성 지지층에 좌우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분들의 주장도 존중하지만 그 주장이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위압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게 정상적 정당은 아니다"라며 "이제는 이것에 대해 말해야 하고, 초선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하는 데 대해 중진으로서 함께 대처하고 고민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정청 관계와 관련해선 윤 의원은 "당정협의를 제도화해 강력한 당정청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면서 '협력'을 강조한 반면, 박 의원은 "청와대는 민심의 목소리가 반영된 당의 목소리를 더 귀기울여야 한다. 당 주도의 실질적 당정청 관계를 정립하겠다"면서 당의 주도권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윤 의원과 박 의원이 양자대결을 벌이게 됨에 따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친문 당권파 대 비주류 쇄신파'의 구도가 됐다. 이는 앞서 원내대표 후보군이었던 주자들이 대거 출마를 접으면서 보다 선명해졌다.
4선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변화는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설득하고 당원동지를 설득할 수 있다. 저부터 시작하겠다"며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윤 의원과는 1988년부터 (민주당에서) 같이 일했다. 형·동생하던 사이인데 같이 경쟁하는 건 모양이 좀 그렇다"며 "윤 의원에게 '네가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는 SK계(정세균)가 사실상 당 주류인 친문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