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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행정복지센터 찾아 기부하는 할아버지
  • 호남매일
  • 등록 2021-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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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 기부 생각" 4년째 매달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에 10만원씩 전달


"하나는 내 몫, 하나는 아내 몫. 꼭 필요한 사람들한테 전해주세요"



지난 20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 느린 걸음으로 센터에 들어온 노인이 봉투 두 장을 꺼냈다.



한 봉투에는 '적지만 좋은 곳에', 다른 하나에는 '적지만 필요한 곳에'라는 손글씨가 쓰여있다.



직원들에게 다정하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이 노인은 서구 화정2동 주민 박영배 할아버지(86)다.



박 할아버지는 2018년부터 4년째 매달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에 1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500만원이 넘는다.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에도, 태풍이 불던 여름에도 매달 직접 손글씨와 함께 기부금을 내놓는다.



몇 달 전부터는 아내 장야림 할머니(84) 몫도 추가했다. 아내의 몫까지 부부가 기부하는 금액은 매달 20만원이다. 할아버지가 나눔을 시작한 계기는 온전히 아내 때문이다.



아내 장야림 할머니는 세 번의 수술 후 홀로 걷지 못하게 돼 노인장기요양등급 3급을 받았다. 이렇게 박 할아버지는 아내가 걷지도 못하게 되자 기부를 시작했다.



"기적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생각했지. 좋은 마음을 쓰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하늘도 아내가 걸을 수 있게 기적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 거지"





할아버지의 따뜻한 선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넉넉한 마음씨는 과거 교직생활부터 시작됐다. 조선대를 졸업한 박 할아버지는 1965년부터 약 35년간 교직생활을 했다.



당시 그는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책값과 용돈 등을 마련해주곤 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박 할아버지는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할아버지는 그 제자들이 성장해 찾아왔을 때 삶의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도와줬다는 사실을 기억조차 못하던 순간에 제자들이 나를 찾아와 감사하다고 하는데, 아, 더 많이 베풀고 나눠야겠구나 하는 결심을 했지"



이렇게 퇴직 후 다시 시작된 그의 나눔은 화순 노인복지관 등을 거쳐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로 이어졌다.



박 할아버지는 "아픈 아내와 나보다도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매달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고 말했다.



박영배 할아버지의 가장 큰 소망은 아내 장야림 할머니의 건강 회복이다.



"우리의 이 마음이 닿아서 어려운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또 우리의 행복을 빌어주길 바라지. 지금은 아내가 걷지 못해 혼자 오지만 나중에는 기적이 생겨 함께 손을 잡고 기부금을 전하고 싶어"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 조자영 주무관은 "할아버지를 매달 뵐 때마다 건강하게 잘 계시는 모습에 반갑고 기쁘다. 할머니를 생각하시는 마음이 너무도 애틋해 감동을 준다"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실천에 늘 감사하고, 그 마음을 잘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를 거쳐 매달 사회복지공동모금에 전해진다.



/한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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