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의 뜻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어린이를 위해 한평생 사셨던 동화작가 방정환 선생님의 말씀이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차림이 필요한 시기이다.
로레인 프렌시스의 글과 피터 고우더사보스의 그림 ‘이제 그만 일어나 월터’ 그림책을 소개한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주인공 월터를 만나보자.
‘월터는 항상 피곤했어요. 방에서만 자는 게 아니에요. 혼자 과자를 담다가도 스르륵… 혼자 그림을 그리다가도 꾸벅꾸벅, 월터는 어디에서든지 잠을 잤어요.’ 그래서 모두 소리친다. “월터 이제 그만 일어나”그래도 월터는 일어나지 않는다.
왜 월터는 잠만 잘까? 월터는 실은 소아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림책 첫 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월터의 엄마 아빠는 첫 면지부터 마주보지 않는다.
월터를 데리고 수영장에 온 부모는 월터를 위해 시간을 내 주지만 바쁘다. 서로 등을 대고 앉아서 계속 일을 한다. 엄마 아빠는 월터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부모는 월터를 깨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본다. 호랑이가 있는 공원도 마법의 수프도 잠자는 월터를 결코 깨우지 못한다. 모두 월터에게 “이제 그만 일어나 월터” 하고 소리만 지른다.
월터가 소아우울증을 무엇 때문에 앓고 있는지에 관심이 없다. 부모는 제일 좋은 병원, 환경을 마련해 준다. 월터가 진정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어른들은 같이 놀아주는 방법은 모르고 월터를 깨우기만 한다.
월터는 사랑과 따스한 스킨십이 결핍된 아이였다. 바쁜 엄마와 아빠는 월터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몰랐다. 월터에게 엄마 아빠는 그냥 있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 것이다.
월터의 소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안아주고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어른에게만 있다고 생각한 우울증이 가끔씩 아이에게도 소아 우울증이 발견된다고 한다.
소아 우울증은 이유 없이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두통을 호소한다거나 잠을 자지 않거나 아님 월터처럼 계속 잠을 자는 아이는 소아우울증을 의심해 보라고 의사는 조언한다.
그림책을 보면 월터의 엄마 아빠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서로를 마주보지 않는다. 병원, 놀이터, 숲에서도 대화가 없다. 각자의 일에 바빠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부모는 월터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또한 월터에게는 친구가 없다. 늘 혼자다. 혼자인 월터는 언제나 외롭다. 어느 날, 혼자인 월터에게 강아지가 다가온다. 월터에게 놀아주는 친구가 생기자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월터는 말한다. “이제 너랑 놀 거니까 잠을 안 잘거야.” 월터는 이제 낮에는 깨어나 친구와 놀고 밤에 자게 된다.
책 마무리에 옮긴이는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월터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환경보다는 엄마아빠의 애정 어린 관심, 그리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구요.” 그렇다. 월터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요즘 언어로 찐 사랑이다.
5월 5월은 어린이 날이다.
연중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에 어린이가 하늘을 향해 마음껏 뛰어놓을 수 있도록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님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며 어린이날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의 말을 오랫동안 못 듣는다. 대부분 부모와 어른들은 어린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어린이의 눈을 바라보자. 어린이가 무엇을 꿈꾸는지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생떽쥐 페리는 ‘모든 어른들은 한때 어린이였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는 어른들은 별로 없다.’ 라고 이야기했다.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린이였을 때를 기억해 보라. 어린 시절 내가 간절하게 원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며 어린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만 일어나 월터” 소리치기보다는 월터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진정한 사랑을 주었다면 월터의 외로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빛과 언어에 관심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