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식물도 성장초기가 결정적이라는 증거를 보았어요. 같은 모판의 상추에 남은 것을 배달 음식 통에 심어 나란히 두었어요. 네모 판은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둥근 것은 그 옆에 두었으나 햇빛이 덜 드는 곳이었어요. 얼마 지나 한쪽은 연두색이고 다른 쪽은 붉은 기가 돌아 날이 지나도 여전히 다른 성장을 보이고 있네요. 세상 만물 모두가 어릴 때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정년하시고 경기도로 주거지를 옮기신 은사님이 보내준 카톡 내용이다. 지금도 끝임 없이 관찰을 통해 교육의 중요성에 강조하시는 은사님의 학문에 대한 탐구와 열정은 존경스럽다.
상추를 집에서 길러 보면서 관찰을 통해 참교육의 중요성을 안다는 것은 일상의 삶속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것처럼 1년 중 5월은 다른 달에 비해 주변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하는 시기다. 어린이날, 부모님의 날, 스승의 날, 5·18 등 가족에 대한 사랑과 주변인에 대해서 마음을 나누어야 한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엄마 산소에 들렀다. 산소 가는 길에 찔레꽃이 만발하였다. 평소 엄마가 좋아하는 ‘하얀 찔레꽃’ 노래를 부르며 막걸리 두병, 과자 한 봉지를 손에 들었다. 그동안 엄마 산소에는 꽃을 들고 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꽃을 좋아한 엄마도 봄이 되면 막걸리 한잔이 그리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찔레꽃 만발한 봄날 막걸리 한잔을 무덤가에 뿌려본다.
한잔은 엄마, 한잔은 자연, 한잔은 내가 마신다. 찔레꽃 노래를 부르며 막걸리 한잔으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본다.
세월이 많이 묵었나보다. 나이가 든 것이다. 어버이날이 다가오자 벗들이 자녀가 돈 벌어 안마 의료기를 사 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정성을 다해 길러준 자녀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에 돈을 쓰는 것이 안쓰러운 부모는 몇 번을 사양했다며 자랑에 입이 마르지 않는다.
엄마 산소를 보고 지나오는 길에 5·18공원묘지를 지나온다. 이팝나무에 하얀 꽃이 활짝 피었다.
아카시아, 찔레꽃, 하얀 꽃을 보니 인디언 속담에 5월에 하얀 꽃이 피는 것은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 준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며칠 전,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았다. 담양 고서에서 텃밭을 매시는 할머니의 부지런한 손놀림은 계속되면서 말씀을 이어 나가신다. “우리 집 상추가 최고여. 얼마나 이뻐 이 가뭄에도 예쁘게 자란 상추가 넘나 좋제. 내가 좀 따 줄 테니 가지고 가서 맛나게 드소.”
방송 관계자가 사양을 하자 “맛나게 먹는 것이 좋은 거제. 저것 나 혼자 먹을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먹을라고 심은거여. 작년에도 깨도 심고, 콩도 심어서 여기저기 나누어 먹고 자식들에게 들지름을 한병씩 주고 난께 얼마나 좋아. 그 맛에 농사 지는 것이제.”
할머니의 언어는 감칠맛이 난다. 배추상추, 청상추를 따 주시는 할머니의 상추가 꽃이 되어 전달된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우리 시엄니가 나누는 것을 좋아 했제. 식사 때가 되면 오라는 데가 많아서 집에서 밥 먹는 날이 적었어. 그것이 뭐당가요. 시엄니가 많이 나누어서 그랬지. 그래서인지 나도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하제” 사람 사는 것은 특별한 것이 없다. 우리는 작고 소담스런 것에 마음을 잇고 살아간다.
일요일 오후다. 광주 인근에 사는 벗과 차 한 잔을 나누기 위해 나주로 향했다.
벗의 집에는 봄꽃들이 만발하였다. 텃밭에는 상추, 쑥갓, 열무, 쌈배추가 잘 자랐다. 텃밭에서 상추를 따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나누는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그 나눔이 돌아온다. 그 아름다운 손길은 마음이 다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풀꽃 사진을 찍어 올렸다. 아는 지인이 한마디 한다.
“어 김 작가, 그 풀꽃 나부랭이 사진 이제 그만 올리고 본인의 글을 올려봐. 지금은 SNS에 자랑을 하는 시대인데 뭔 아직도 풀꽃 이야기를 올리고 그려.” 그 말에 웃었다.
어쩌란 말인가? 풀꽃이 자라 꽃대를 올리며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을, 자연이 주는 것에 대해서 감사를 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인 것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감꽃이 곧 필러나 꽃대가 올라와 있다.
“감꽃이 필 때면 한번 놀러 오세나.” 하는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하는 5월에 단상을 그저 넋두리처럼 늘어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