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씨에 대한 항소심이 24일 다시 열린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전씨는 지난 10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전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할 수 없다며 2주 뒤인 24일로 재판 일정을 연기했다.
전씨는 변호인을 통해 24일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씨가 자신의 방어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법은 2회 이상 불출석에 따른 결석재판 허용 시 '제2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한 뒤 선고기일에 관해 별도로(피고인에게) 소환장을 보내지 않고, 공판기일 내에서 선고기일을 지정·고지해 판결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자신의 변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일종의 제재 규정이다.
5·18단체는 "항소해놓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 출석을 거부하는 전씨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씨는 1심 때에도 건강상 이유 등을 들며 두 번째 공판기일에 불출석하고 재판부 이송 신청과 관할이전 신청을 잇달아 내면서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전씨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알고도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적시,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봤다.
국군이 (정권 찬탈을 위해) 국민을 공격했다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한 1980년 5월 21일 상황을 토대로만 유죄를 판시했고 5월 27일 헬기 사격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과 전씨 측은 양형 부당과 사실 오인·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찰은 "피해자 관련성과 인과 관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전씨 측도 1980년 무장 헬기 출동 시점으로 미뤄 "5월 21일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