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계빚이 1년 전보다 150조 넘게 늘면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빚에서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뺀 순수 가계대출도 140여조 늘어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났다.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급증하고, 주식시장 활황에 '빚투(빚 내 투자)' 열풍까지 더해진 결과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1년 1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년동기 대비 153조6000억원 증가한 1765조원으로 한은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가계빚 증가 규모도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분기 대비로는 37조6000억원(2.2%) 늘어 지난해 4분기(45조5000억원) 보다는 축소됐으나 1분기 증가액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 잔액을 더한 액수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도 가계빚이 급증한 것은 초저금리 기조 속 집값·주가 상승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주택매매와 주식투자 등을 위해 가계가 빚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난 점도 대출 증가에 한몫했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1년 전 보다 144조2000억원(9.5%) 늘어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폭 증가했다. 전분기대비 로도 34조6000억원(2.1%) 늘어 분기 기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72조8000억(8.5%) 증가한 931조원을 기록해 2017년 1분기(75조2000억원) 증가 이후 4년 만에 최대폭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20조4000억(2.2%) 늘어 2016년 4분기(24조2000억원) 증가 한 후 4년3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은 전년동기대비 71조4000억(10.8%) 폭증한 735조로 집계돼 통계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을 경신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14조2000억(2%) 증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택 담보 대출이 꾸준히 늘었다"며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올해 1분기 생활자금 수요와 주식자금 수요가 늘면서 기타대출 증가폭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868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8조7000억(2.2%) 늘어 1분기 기준으로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도 87조9000억원(11.3%) 늘어 2003년 이후 사상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329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조5000억(4.9%), 전분기대비 5조6000억(1.7%) 증가했다.보험사와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은 전분기대비 10조3000억(2.3%) 증가한 4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 잔액은 99조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9조4000억(10.5%) 늘었다. 전분기 대비로는 3조1000억원 늘어 1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송 팀장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소비 부진이 완화되면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판매신용이 늘었다"고 말했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00년 3분기 전기대비 0%, 4분기 -1.5%로 줄었으나 올해 1분기 1.1%로 회복됐다. 판매신용에는 결제 전 카드사용 금액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