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여름이 가까이 오는 하늘에 햇살이 가득 차 있다. 섬과 섬들이 이어지는 고흥은 하늘과 바다 빛이 맞닿아 있어 수평선 끝까지 볼 수 있다. 적당히 눈부신 햇살, 손에 와 닿는 바람을 담은 외나로도 선착장에서 ‘쑥 섬’ 이라고 써진 글씨가 저 멀리 보인다.
쑥 섬은 전남 1호 민간정원이다. 관광공사 선정 찾아가고 싶은 섬으로 알려진 쑥 섬은 국어선생님, 약사부부가 인간극장에 나온 뒤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쑥 섬에서 부부는 주말이면 하늘정원에 계절마다 꽃을 심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외나로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쑥 섬은 가까이에 있다. “저렇게 가까이 있다니 헤엄도 치겠는데…”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할 즈음이며 배에서 내린다. 쑥 섬은 3무섬이라고도 한다. 개, 닭, 무덤이 없다. 7년 전, 여름날 정원에서 들은 기억이다.
섬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개, 닭이 울면 다시 지내야 하는 풍습이 있다. 그러므로 쑥 섬은 개, 닭을 키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문화가 이어져 와 지금은 개가 없는 곳에 고양이가 마을을 지키게 되어 마을 산책을 하다보면 햇살 아래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있다.
쑥 섬은 쑥의 품질이 좋아 쑥 섬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쑥 섬에서 집 밥을 해 준다는 식당을 찾았을 때 주인장의 손길이 들어간 쑥전을 부쳐 준다.
지금 쑥은 부침보다는 떡을 해 먹거나 쑥 가루를 만들어 먹으면 좋은 철이라 전 맛은 썼다.
쑥 섬 바닷가를 뒤로 하고 하늘정원으로 가는 길에는 표지판에 쑥 섬 스토리가 있다.
태풍으로 벼락을 맞은 나무에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글은 자연에 대한 숭고함을 보여 준다. 짧게는 한 시간 30분, 여유를 둔다면 2시간이면 마을을 탐방할 수 있는 쑥 섬은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쑥 섬은 400년 동안 숨겨진 곳을 개방한지 10년도 안 되었다. 그래서 오래된 나무의 형태에서 자연이 빚어 낸 동물의 형상을 만날 수 있다. 코알라가 고개를 쏙 내밀며 바다를 향해 있으며, 동화 속에서나 만날 것 같은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시나브로 걸으며 자연과 이야기 하다보면 환희의 언덕을 지나 사방이 툭 트인 정원을 담은 바다를 만난다.
하늘 정원에서 바람을 만나는 하오 두시다. 안개 낀 구름 사이로 몇 개의 섬은 보이고 몇 개의 섬은 안개 사이로 자취를 감춘다. 가만히 손을 들어 바람을 만져본다. 하늘정원에서 5월 끝자락의 바람은 상쾌하다.
하늘정원에 피어 있는 꽃은 태양빛을 담아 윤기를 내고 있으며 바람과 바다향기를 품어 아름답게 빛이 나고 있다. 하늘정원에 오른 사람들은 환호성을 날린다. 낭만적인 모자를 쓰고 꽃길 여행을 오신 할머니는 꽃보다 환한 웃음을 머금고 추억을 담는다.
쑥 섬 문화 안내도를 보면 숲을 보호한 섬, 마음의 쉼터라는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원형의 자연 경관을 그대로 살리면서 느림의 삶을 안내하는 쑥 섬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마을 곳곳을 다니다 보면 쑥 섬이 품은 이야기를 알 수 있다.
하늘정원에서 꽃과 놀다 산포바위를 내려가는 길목에 브하그완의 ‘여행의 3가지의 유익함’ 문구를 읽는다.
첫째 타향에 대한 지식, 둘째 고향에 대한 애착, 셋째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이라는 문장이다.
여행을 통해 쑥 섬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으며, 바다를 보며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향에 대한 애착은 이번 여행에서는 시간 할애를 못했다.
쑥 섬은 마을 사람들이 무덤을 만들지 않는다는 규약을 만들어 무덤이 없다. 작은 섬이라 차도 없다. 마을의 전통과 하늘정원이 맞닿아 발길 닿는 곳마다 이야기가 숨어 있는 쑥 섬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쑥 섬 여행에서 찾아보았으면 한다.
쑥 섬 여행에서 쿠폰을 이용해 바다가 보이는 갈매기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놓고 바다를 바라본다.
쑥 섬 곳곳에 좋은 글이 걸음이 멈출 때마다 만나게 해 준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트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번 여행은 자연에 대해 새로운 눈을 가지는 시간이다. 사람을 남기는 사진이 아닌 오롯이 자연을 담는 시간을 가졌다.
고흥에는 정원을 담은 섬이 있다. 쑥 섬이다. 5월이 가고 6월이 오는 계절에 섬 여행에서 새로운 눈을 가지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