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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숲
  • 호남매일
  • 등록 2021-06-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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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까치 수염 꽃이 피었습니다. 산들 바람에 긴 꼬리를 흔듭니다. 꽃잎이 가득 차 있는 꽃 뭉치 가만히 바라봅니다. 6월로 들어선 계절에 당신은 지금 어느 하늘에서 햇살을 받고 있습니까? 이제 그곳의 감나무 잎도 연푸른빛을 내고 있을까요?


6월의 햇살을 좋아했던 당신은 유월의 숲으로 가야 한다고 노래를 했습니다. 유월의 숲을 유난히 사랑했던 당신, 당신의 6월은 안녕하십니까? 6월은 감꽃이 피고 잎이 연두 빛을 주며 푸르름이, 잠시 멈추는 듯 해 우리에게 마지막 봄빛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6월의 숲을 가보았습니다. 쥐똥나무, 산딸나무, 서어나무, 밤나무, 상수리나무는 초록 잎으로 약간은 휴식의 시간을 갖습니다. 유월은 숲은 편안합니다. 나뭇잎들이 층층이 산을 덮고 있습니다. 그 층층이 덮어진 산길을 한걸음 내 딛는 산책길은 아름답습니다.


산수국이 보랏빛, 파란빛, 분홍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나비 수백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초록빛 머금은 산수국에 가만히 카메라를 가져가 봅니다. 수백 마리의 수국나비들이 카메라렌즈에 담겼습니다. 수국 꽃나비의 색깔 따라 더 깊은 곳으로 숲 마중 갑니다.


유월의 숲은 수확의 결실을 가져옵니다. 이른 봄에 꽃을 피웠던 나무들입니다. 살구나무, 매실나무의 열매를 땁니다. 손에는 열매의 향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벗의 카 톡에는 보리수 열매가 바구니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앵두나무 붉은 열매도 푸른 하늘빛과 잘 어울립니다.


한해가 접히는 유월은 숲은 여름으로 가고 있습니다. 여름으로 가는 숲에는 나무의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보기에는 편안한 숲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6월의 숲은 봄과 여름사이에 있습니다. 이제 가을의 열매를 키워야 하는 숲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합니다.


6월의 숲에서 만난 카프카의 ‘6월의 나무에게’ 시는 숲을 더 사랑하게 합니다. 20년 전 만났던 강원도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걸었던 숲은 찬란함으로 빛났습니다. 그 기억이 새로워져 다시 만나고 싶은 6월의 숲입니다.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6월의 숲에서 가장 기억나는 숲은 상원사에서 바라본 오대산 숲입니다. 충분히 자란 나무들은 서로 빼곡히 채워 숲을 만듭니다. 아직은 연두 빛을 머금고 있는 활엽수와 침엽수의 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하고 막혔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합니다.


당신을 6월의 숲으로 안내합니다. 싱그러움과 푸르른 잎은 바람을 더 살랑이게 합니다. 잎 새 사이로 부셔지는 햇살이 아름답습니다. 삶이 답답하게 느껴질 즈음에는 6월의 숲에서 휴식을 해 보십시오. 햇살은 충분히 당신에게 편안함을 안내할 것입니다.


6월의 숲으로 안내합니다. 숲속에서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의 햇살, 구름,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을 만나보십시오. 6월의 숲은 더 당신을 가까이 부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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