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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以心傳心)
  • 호남매일
  • 등록 2021-06-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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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晩餐) _ 作 함민복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1996년>



<함께 읽기> 요즘 '혼밥'이니 '혼술'이니 하는 용어를 많이 쓴다. 하지만 그런 생활을 하는 이들을 안쓰럽게 여기지 않는 사회 분위기다.


하지만 혼자 살고 싶어 사는 게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 등 어쩔 수 없어 혼자 사는 사람을 보면 참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은 아무도 자기에게 시집오려는 여자가 없어(고생 안 시키려) 홀로 살며 날마다 ‘혼밥’을 먹는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아는 이가 정성으로 담은 김치를 보내왔다. 시인에게 그 김치는 따뜻한 햇살이나 마찬가지라 하겠다.


그 순간 그리도 초라하던 밥상이 김치 하나로 만찬의 밥상이 된다. 밥상에 보내 준 이의 사랑이 가득 차 넘쳤으니까.


'연민'은, '안쓰러움'은 단순히 상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니다. 그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한다는 마음이다.


이럴 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도 같아야 한다. 선물이 크거나 적거나 관계없이 열린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인다.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마음이란 그릇이고, 햇살처럼 따사로운 마음을 마음으로 먹는다.


물론 따사로움뿐만 아니다. 보내 준 이의 마음과 받는 이의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야 푸짐한 저녁 밥상이 된다. 그러니 초라하지 않고 더없이 풍요로운 만찬이 된다.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한결 같은 '한마음의 사회'가 되었음 한다.


함민복 시인(1962년생)


충북 중원군 출신으로 1988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 후 오직 시만 쓰며 살다, 2011년, 50세에 동갑인 여인을 만나 결혼, 강화도에서 인삼판매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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