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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인이아무형(形人而我無形)
  • 호남매일
  • 등록 2021-06-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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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은 드러나게 하고 나는 보이지 않게 한다

/이정랑 중국고전 평론가


‘적은 드러나게 하고 나는 보이지 않게 한다.’


‘손자병법’ ‘허실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따라서 적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고 아군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면, 아군은 집중할 수 있고 적은 흩어지게 된다.


아군이 하나로 집중하고 적이 열로 분산된다면, 이것은 열로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아군은 많고 적은 적어진다.


다수의 병력으로 소수의 병력을 공격할 수 있다면, 아군이 더불어 싸울 상대는 가벼운 것이다.


이 계략이 뜻하는 바는 ‘시형법’으로 적을 속여 적으로, 하여금 의도를 드러내게 유인하며, 내 쪽은 흔적을 드러내지 않아 허실을 모르게 하고 실체를 헤아릴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후에 병력을 집중하여 적을 향해 진군한다.


‘백전기법’ ‘형전(形戰’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적의 병력이 많을 때 가상을 만들어 그 세력을 나누면, 적은 나누어진 병력으로 아군을 대하게 된다. 이미 적의 세력이 분산되었다면 그 병력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아군이 병력을 집중하면 우세를 차지할 수 있다. 우세한 병력으로 열세에 놓인, 적을 공격하는데 승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쟁에서의 군사적 목적은 적을 소멸하고 나를 지키는 데 있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러 가지 교묘한 위장과 기만술로 자신의 의도를 은폐해야 한다.


‘모략의 성공과 실패는 치밀함과 허술함 사이에서 결정 난다.’ 어떤 전법이 되었건 ‘적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 보라! 내 쪽의 행동과 의도가 적에게 파악되었다면 전쟁의 주도권을 어떻게 잡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역대 병가들이 그토록 ‘시형법’을 중시해 왔다.


‘삼국지·권1’에 실린 구체적인 본보기를 보자. 200년, 조조와 원소는 관도(官渡-현 허난 성 중무 현 근처)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원소는 곽도(郭圖)·순우경(淳于瓊)·안량(顔良)으로 하여금 조조의 부장이자 동군 태수인 유연(劉延)을 백마성(白馬城-지금의 하남성 활현 동쪽)에서 포위, 공격하게 했다.


그리고 원소 자신은 여양(黎陽-지금의 하남성 준현 동쪽 황하 북쪽 기슭)에서 강을 건널 준비를 했다. 조조는 군사를 이끌고 북진하여 유연을 구원하려 했다.


그러나 모사 순유(筍攸)가 말리며, 다음과 같은 전략을 건의했다.


적은 우리보다 수가 많으므로 직접 북진하여 구원에 나서는 것은 불리하다. 원소의 병력을 분산시켜야 승산이 있다. 일부 병력을 연진(延津-지금의 하남성 급현 동쪽의 옛 황하나루)으로 보내 강을 건너 ‘뒤쪽으로 전진하는 척’ 준비를 하면, 원소는 틀림없이 ‘서쪽으로 와서 응수’할 것이다.


이렇게 원소의 병력을 흩어놓은 다음, 그 틈을 타서 날랜 병사로 대비가 안 되어 있는 백마를 공격하면 안량을 잡을 수 있다.


조조는 순유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원소는 조조가 강을 건너려 한다는 보고를 듣자 즉시 서쪽으로 병사를 대응케 했다. 그때 조조는 곧장 백마로 쳐들어갔다.


안량은 깜짝 놀라 급히 맞싸웠으나 장요(張遼)·관우(關羽)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백마의 포위는 이렇게 해서 풀렸다.


‘관도 전투’에서 조조는 ‘형인이아무형’이라는 속임수 행동을 동반한 ‘시형법’을 활용하여 ‘나의 힘을 집중시키고 적을 분산시켜’ 적은 수로 많은 수를 이기는 성공적인 전례를 남겼다.


클라우제비츠는 그가 남긴 불후의 명저 ‘전쟁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병력이 수적으로 적보다 우세하다는 것은, 전술·전략에 있어서 승리의 가장 확실한 일반 원리다.”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특히 병력의 우세에서 나온 결론은 결정적인 지점에 가급 적 다수 군대를 전투에, 참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 군대로 충분하냐 않느냐는 문제가 안 된다. 결정적인 지점에 가급적 많은 군대를 투입한다는 점에서, 수단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 점이 전략상 제1의 원칙이다.”라고.


근대 전쟁에서 월등하게 우세한 적과 싸워 승리한 예는 극히 드물다. 나폴레옹도 드레스덴 전투를 제외하고 모든 전투에서 적군과 우세하거나 대등한 병력으로 싸워서 이겼다.


반면 적보다 전투력이 열세했던 라이프치히, 리온, 워털루 전투에서는 패했다.


나폴레옹은 “전쟁이란 무엇이냐, 전쟁술은 오직 어떤 지점에서 최강을 형성하는 데 있다.”고 하면서 “내일의 전투를 위해서 부대사용을 유보하는 지휘관은 반드시 패한다. 필요시에는 최후의 한 사람까지도 투입해야 한다.”고 갈파했다.


전투력의 집중이란 결정적인 국면에서 적보다 우세한 전투력의 발휘를 뜻한다.


전투력 집중은 유한한 전투력을 최대로 결집하여 긴요한 시기와 장소에 통합 발휘하는 힘의 작용으로서 우승열패(優勝劣敗)의 근본 전리(戰理)에서 도출된 가장 중요한 원리의 하나이다.


전투에는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시기와 장소, 즉 결승점이 있다. 이 한 점에서 승리한다면 다른 중요하지, 않는 곳에서 일시적으로 불리하더라도 능히 전반적 승리를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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