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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현대산업개발 '붕괴 참사' 책임 규명 본격화
  • 호남매일
  • 등록 2021-06-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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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수량 급증' 부실 철거 개입 정도·지휘체계 조사중 불법 하도급 거래 인지 또는 묵인 여부도 집중 수사

사상자 17명이 난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원청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의 책임 규명에 집중한다.


경찰은 해당 구역 내 공정 전반에 총체적 책임을 지는 현대산업개발의 부실 철거 개입 정도를 규명하고, 불법 하도급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깊이 들여다본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 4구역 내 부실 철거 경위와 불법 다단계 하도급 의혹에 대한 현대산업개발 측의 책임 소재를 밝힐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붕괴 참사의 직접적 책임과 연관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입건자는 8명이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관계자 3명, 한솔 현장소장·직원 2명,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1명, 굴삭기 기사(백솔 대표) 1명, 감리자 1명 등이다.


이 중 붕괴 참사 당시 직접적인 책임 소재가 드러난 한솔 현장소장·굴삭기 기사·감리 등 3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붕괴에 이르게 한 부실 날림 철거 과정에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이 있는지 가려낼 방침이다.


특히 철거 중 먼지 날림 민원을 줄이고자 참사 당일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살수를 많이 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살피고 있다.


살수량 급증은 철거 공정용 굴삭기(약 30t)·3층 높이로 쌓여있던 토대와 함께 수직 하중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지하층 내 흙더미(이른바 '밥')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 지면 위 하중을 지탱하는 지하 보 구조물이 'V'형태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감식 결과와 연관이 깊은 대목이다.


허가 받은 작업 절차를 무시한 부실 철거의 대표적 배경으로 꼽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이 파악한 철거 용역 공식 계약 규모는 ▲일반건축물 52억 원 ▲지정건축물(석면) 22억 원 ▲지장물 25억 원 등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소재 업체 한솔에 일반 건축물 철거 하청을 줬다. 한솔은 다원이앤씨와 이면 계약을 맺고 일반 건축물 철거비를 '7대 3'으로 나눈 뒤 실제 공사는 광주 지역 신생업체 백솔(사실상 1인 기업)에 재하청을 줬다.


석면 철거는 조합이 직접 다원이앤씨·지형이앤씨 등 업체 2곳에 용역 계약을 줬으나, 석면 해체 면허가 없는 백솔이 공정을 도맡았다. 백솔은 하청 계약 당시 관련 면허가 없었으나 철거 공정 기간 중 신규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장물 철거 공정에선 불법 하청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철거를 했던 백솔 작업자들은 경찰에 "한솔·다원이앤씨 현장소장 모두 지시를 했으나 주로 다원이앤씨 소장이 실질적인 철거 공법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가 삭감, 허가 받은 계획서 상 작업 절차를 무시한 부실 철거가 강행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건설 현장 내 재하도급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건설산업기본법은 전문건설업자에 대한 재하도급은 인정하면서도, 발주자의 서면 승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사 직후 현대산업개발은 "한솔 외에는 하청을 준 적이 없다. 법에 위배가 되기도 하고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도급 관련 의혹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철거를 비롯한 재개발 구역 내 공정 전반에 총체적 책임을 지는 사업 주체이고, 참사 당일에도 소속 직원이 현장에 머물렀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철거 공정 지휘 체계와 하도급 이면 계약에 연루됐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


지난 16일 현대산업개발 본사 전산실 등 3곳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데 이어, 오는 28일부턴 관련자를 불러 조사한다.


현재까지 하도급 관련 위법에 연루된 업체 4곳 관계자 5명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현대산업개발 소속 직원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이 철거 공정·불법 하청 계약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 밝힐 계획이다"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입건자가 늘 수도 있다. 신병 처리 방향도 조만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참사 직후 특별 감독을 벌인 광주고용노동청도 총체적 안전 관리 부실 책임이 인정되는 현대산업개발·한솔 현장소장, 굴삭기 기사(백솔 대표) 등 3명과 각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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