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내년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등판으로 국민의힘의 대권구도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민주당 경선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까닭이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대선 경선의 방점을 '역동성'에 찍고 다양한 카드를 검토 중이지만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야권 대선 레이스 흥행몰이라는 외생 변수 앞에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2차 회의를 갖고 TV 토론회 방식을 포함한 예비경선 프로그램을 어떻게 짤지 논의했다.
경선기획단은 이날 논의 결과를 오는 30일 오후 열리는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 3차 회의에 올려 추가 논의 후 확정키로 했다고 이소영 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 경선기획단은 일단 다음달 9~11일 6명으로 후보를 추리는 예비경선(컷오프) 전 TV 토론을 기존 2회에서 4회 이상으로 늘려 진행한다는 정도로만 가닥을 잡은 상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지역별 합동연설회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과거 전국을 돌며 각 캠프별로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는 방식의 체육관 경선은 여론의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체육관 경선을 할 수 없게 되자 TV토론회를 늘리는 식으로 후보들의 대중 노출도를 끌어올려 경선 흥행의 발판을 삼겠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이날 경선기획단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일단 4차례 TV 토론은 지금 추진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추가해서 1차례 더 할 여지도 있다"며 "합동연설회 안 하게 되면서 빈 공간을 TV 토론회가 채워야 하는데 방송사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이 경선 일정을 놓고 당 내홍에 빠져들었을 때도 경선 연기 찬성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무관심과 국민의힘에 비해 일찍 후보를 뽑는데 따른 컨벤션 효과 상실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예정대로 대선 180일 전인 9월 초 경선을 실시키로 함에 따라 민주당은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 전에 경선을 치러야 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돌풍'으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린 데 이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대권 레이스 참여로 흥행을 위한 여건을 갖춰가고 있어 민주당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도 흥행을 보장할 역동성을 이번 대선 경선의 콘셉트로 잡았다.
전날 경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강훈식 단장은 "혁신의 측면에서 국민이 우리 당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바라고 있고, 또 변화와 흥행이 병행될 때 국민이 우리를 바라볼 것"이라며 "74일 후면 지금의 지지율이 낯설어 보일 정도로 역동적인 판을 만들어보겠다. 유권자들은 재밌고 후보자는 괴롭고 야권은 무서운 그런 경선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TV토론회를 늘리는 방안 외에 마땅한 묘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경선기획단은 그동안 경선 혁신 및 흥행을 위해 예능PD, 광고기획자, 영화감독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예비경선까지 시간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아 일단 후순위로 미뤄둔 분위기다.
TV 토론회를 두고도 현재 민주당 후보가 9명에 달하기 때문에 후보 1명당 발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대변인은 "하나의 토론회 방송에서 A조, B조로 나눠 2개조가 시간대를 달리해서 나오는 조별토론 방식까지 다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기존의 틀을 탈피한 슈퍼스타K나 미스트롯 같은 오디션 방식, 일대일 맞수토론 또는 1대100 토론 등 경선 흥행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경선기획단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흥행을 위해 합동연설회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선기획단의 안을 최종 확정하는 중앙당선관위는 집단면역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과거보다는 진정된 만큼 권역별 합동연설회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중앙당선관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의원은 전날 선관위 2차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서 합동연설회의 위험성이 낮다는 평가들이 있어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에 직접 가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 예비경선시 필요한 국민여론조사나 당원여론조사의 형식을 빌려서 권역별로 현장을 가고 하면 아무래도 위험이 좀 낮다는 평가"라고 했다.
민주당 선관위는 당내 선거운동 규제를 일부 완화해 주는 방안도 경선 흥행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 의원은 "플랜카드나 현수막, 피켓 등은 규제하고 있는데 후보들의 선거운동 자유를 막는 부분도 있다. 물론 코로나19 시국이라서 상당히 자중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서로 충돌하기는 하는데 금지사항이 너무 세세하다거나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심층적으로 검증해서 선거운동은 활발히 하되 방역과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