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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한글 금속활자 1600점 무더기 발굴
  • 호남매일
  • 등록 2021-06-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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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세종때 갑인자 추정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내 유적’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 반영” 다종다양한 활자 한 곳서 출토 첫 사례

서울 공평동에서 발견된 조선 전기 한글 금속활자’ /문화재청 제공


서울 공평동 땅속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가 반영된 조선 전기 금속활자가 1600점 넘게 나왔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재)수도문물연구원(원장 오경택)이 발굴조사 중인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나 지역)’에서 항아리에 담긴 조선 전 금속활자 1600여 점을 비롯해 금속 유물이 한꺼번에 같이 묻혀있는 형태로 발굴됐다고 29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공개되는 금속활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가 반영된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라며 “이번에 일괄로 출토된 금속활자들은 조선 전기 다종다양한 활자가 한 곳에서 출토된 첫 발굴사례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되어 사용되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가 실물로 확인된 점, 한글 금속활자를 구성하던 다양한 크기의 활자가 모두 출토된 점 등이 최초의 사례“고 덧붙였다.


조사 지역은 현재 종로2가 사거리의 북서쪽으로, 조선 한양도성의 중심부다. 조선 전기까지는 한성부 중부 견평방에 속하며, 주변에 관청인 의금부와 전의감을 비롯해 왕실의 궁가인 순화궁 죽동궁 등이 위치, 남쪽으로는 상업시설인 시전행랑이 있었던 운종가가 있던 곳이다. 조사 결과, 조선 전기부터 근대까지의 총 6개 문화층(2~7층)이 확인됐다.


금속활자 등이 출토된 층위는 현재 지표면으로부터 3m 아래인 6층(16세기 중심)에 해당된다. 각종 건물지 유구를 비롯하여 조선 전기로 추정되는 자기 조각과 기와 조각도 같이 확인됐다.


이번에 공개된 유물들은 금속활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잘게 잘라 파편으로 만들어 도기항아리 안과 옆에 묻어둔 것으로 추정된다.


활자들은 대체로 온전했지만 불에 녹아 서로 엉겨 붙은 것들도 일부 확인됐다.


이들의 사용, 폐기 시점은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유물 중 만력(萬曆) 무자(戊子)년에 제작된 소승자총(1588년)이 있어 1588년 이후에 묻혔다가 다시 활용되지 못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에도 연주활자(連鑄活字)도 10여 점이 출토됐다. 연주활자는 한 한문 사이에 자주 쓰는 한글토씨를 인쇄 편의상 한 번에 주조한 활자다. 이는 전해지는 예가 극히 드문 두 글자를 한 활자에 표기해 연결하는 어조사의 역할을 했다.


이 금속활자 발굴에 대해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전해진 가장 이른 조선 금속활자인 1455년 세조 때 제작된 ‘을해자’보다 20년 이른 1434년 세종 때 ‘갑인자’로 추정되는 활자가 다량 확인된 점은 유례없는 성과”라고 평했다.


도기항아리에서는 금속활자와 함께 세종~중종 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의 주전으로 보이는 동제품들이 잘게 잘려진 상태로 출토됐다. 동제품은 동판과 구슬방출기구로 구분된다.


동판에는 여러 원형 구멍과 ‘일전(一箭)’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구슬방출기구는 원통형 동제품의 양쪽에 각각 걸쇠와 은행잎 형태의 갈고리가 결합됐다. 이러한 형태는 ‘세종실록’에서 작은 구슬을 저장했다 방출해 자동물시계의 시보 장치를 작동시키는 장치인 주전의 기록과 일치한다.


주전은 1438년 제작된 흠경각 옥루이거나 1536년 창덕궁의 새로 설치한 보루각의 자격루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기록으로만 전해져오던 조선 시대 자동 물시계의 주전 실체가 처음 확인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토된 유물은 일성정시의 중 주천도분환(周天度分環), 일구백각환(日晷百刻環), 성구백각환(星晷百刻環) 등 일성정시의의 주요 부품들로, 시계 바퀴 윗면의 세 고리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현존하는 자료 없이 기록으로만 전해져오던 세종대의 과학기술의 그 실체를 확인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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