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가 지난 여름 폭우로 범람했던 효덕저수지 관리를 소홀히 해 장마철을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정비에 나서 늑장 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1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노대동 효덕저수지는 지난해 8월 초 사흘간 600㎜에 육박하는 기록적 폭우가 내리면서 물 빠짐 통로 '여수로'가 토사로 막혀 범람했다.
저수지에서 넘쳐난 흙탕물은 인근 저지대 아파트 옹벽·산책로로 흘러 들었다. 여름철이 끝난 뒤 정비에 나선 남구는 수로 주변 토사·잔해물만 치우는데 그쳤다.
저수지 수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남구는 올해 3월 '범람 예방책을 세워달라'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이를 뒤늦게 인지했다.
남구는 지난달 14일 수문 설비를 교체했으나, 주민들이 근본대책으로 요구한 저수지 바닥 토사를 파내는 준설은 더디게 진행됐다.
민원 3개월 뒤인 지난달 21일부터는 준설에 앞서 저수지 내 물을 모두 방류했다. 이마저도 흙이 미처 마르지 않아 굴삭기를 동원한 준설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눈 앞에 닥친 장마철을 앞두고 준설 작업을 서두르다보니, 물고기 집단 폐사에 따른 악취 민원까지 발생했다.
남구는 저수지 내 물고기를 따로 건져내지 않고 물을 방류했다. 방류 이후 나흘째부턴 물 빠진 저수지에 남아있던 물고기 200여 마리가 햇빛에 노출된 채 폐사, 썩은 냄새가 발생했다.
악취 민원을 접수한 남구는 그제서야 폐사 물고기를 수거하고, 살아 남은 물고기 50여 마리는 인근 연못으로 옮겼다.
이를 두고 장마철 범람 피해 사전 대비 등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지난해 폭우로 전국이 수해를 입은 만큼, 지역 내 수로·댐·저수지 사전 점검을 철저히 했어야 했다"며 "특히 도심 인접 저수지는 범람 피해가 크기 때문에 수문 등 설비를 미리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구 관계자는 "지난 4월 업체 선정 등 절차를 서둘러 진행해 수문을 교체했다. 일정상 준설 공사는 지난달부터 할 수 밖에 없었다. 악취 민원은 접수 당일 곧바로 수거·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장마철이 본격화되기 전 준설을 마쳐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은 오는 3일 늦은 밤부터 이틀간 광주·전남에 최대 150㎜ 이상의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내다봤다. 사실상 올 여름 첫 장맛비로 천둥·번개와 돌풍을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