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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을 사랑하는 푸른 청년
  • 호남매일
  • 등록 2021-07-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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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수국 꽃 수관에는 보라, 분홍빛 물이 꽉 차 있겠다. 저 푸른 바다를 품은 남도는 푸른, 분홍빛으로 불을 켠 하늘이겠다. 남도의 산하를 뻔질나게 돌아다닌 너의 쉼 없는 푸른 맥박이 부럽다.’ 톡으로 보내준 해남 포레스트 수국 꽃을 본 벗의 답 글을 읽는다. 아직도 글발이 살아 숨 쉬는 벗의 문장에 머리가 숙연해진다.


“너의 글발은 여전하다.” 답을 보내며 이 동네 저 동네 뻔질나게 다녀도 벗의 문장 한끝도 따라 가지 못하는 내 글이 부끄럽다.


무엇보다도 아직도 생동감 있는 벗의 문학적 감수성이 부럽다. 푸른 맥박은 차밭 향 내음이 가득한 보성으로 발길을 돌린다.


푸른 청년을 만났다. 그의 가운데 이름 이니셜을 따 드래곤이라 부르겠다. 드래곤은 보성이 태생이다. 교대를 나와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고향을 떠나와 있어도 항상 몸과 마음은 고향에 있어 보성에서 교직생활을 마감했다. 드래곤은 보성을 사랑하는 푸른 청년이다.


드래곤은 세상살이에 지친 내 칼럼을 보고 응원의 답 글을 보내 준다. 글로 안부를 묻는 인연이 몇 해가 지난 것 같다.


여름향기가 가득한 날, 드래곤은 보성 길동무를 해주겠다는 편지를 주었다. 대원사, 서재필기념공원, 봉갑사, 천인정, 방진관, 열선루, 판소리 공연으로 이어지는 안내 문구의 낯선 장소를 본 순간 보성의 보물을 만나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 선약을 했다.


보성은 차밭과 율포가 있어 누구나 한번쯤 다녀간 곳이다. 2003년 드라마 여름향기 촬영 장소였던 차밭은 30년 전부터 인연이 되어 해년마다 즐겨 찾던 곳이다. 삼나무를 지나 차 향기가 나는 길에 들어서면 언덕 너머 어디선가 여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 같다.


드래곤은 보성에서 교사 생활을 한 부인과 함께 안내를 해 주었다. 첫 번째 여행지는 광주에서 가까운 대원사를 거쳐 봉갑사로 향했다.


백제 시대에 창건된 봉갑사는 영암의 도갑사, 영광의 불갑사로 남도 삼갑이라 불러졌으나 불로 소실되어 지금 복원중이다. 보성 천봉산에 위치한 봉갑사에는 툭 튀인 앞산의 경관과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본다.


보성에서 숨겨진 명소의 하나는 천인정이다. 천인정 가는 길에는 적송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천인이란,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표현한 것’ 으로 우국충절로 시문을 즐기며 정신문화를 이어가는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천인정 가는 길에 높아질수록 자신을 내려놓은 적송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이곳의 역사와 삶을 말해 주고 있었다.


보성은 육지와 바다를 담은 지역이다. 점심은 별미인 물회를 먹었다. 갖가지의 해물이 시원한 육수와 어우러져 게미진 맛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맞는듯하다. 심신을 풀어주는 차 한 잔을 마시며 휴식의 시간을 가져본다.


보성은 차의 고장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푸른 차 잎의 향 내음이 여름과 잘 맞는 계절이다.


보성은 차뿐만이 아니라 소리의 멋과 흥이 나는 서편제의 본고장이다. 하오 시간은 사단법인 보성 소리마당에서 펼쳐지는 판소리 공연장으로 향했다. 판소리 공연장으로 가는 길에는 초록이 펼쳐지는 차밭의 싱그러움과 쭉쭉 뻗어 있는 삼나무를 보니 더위가 저 멀리 달아난듯하였다.


한정하 총감독이 이끄는 소리마당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악가요, 신민요, 판소리, 가야금 병창 등의 공연을 보여 주었다. 민요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 노래도 부르고 어깨춤을 추며 추임새를 넣다보니 어느덧 공연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보성 판소리 마당 앞쪽에는 영천저수지에서 흐르는 물이 있다. 판소리 성지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들은 영천강의 물이 더 맑다는 드래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득량만을 품은 대한 다협 제2 차밭으로 향하였다. 보성은 차밭을 넘어 우리가 지켜야 할 유산이 많은 고장이다.


곳곳마다 역사와 문화가 있어 보성을 깊게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득량만이 펼쳐진 차 밭을 뒤로하며 여름향기 드라마 주인공 송승헌과 손예진이 걸었던 그 길을 부부가 걷는다. 시나브로 차 밭을 걸으며 차는 녹차, 황차, 백차, 홍차 등 가공방법에 따라 분류하는데 차밭을 녹차 밭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덧 붙여 주었다.


보성을 사랑하는 푸른 청년 드래곤의 열정은 차 밭을 닮았나보다. 고향에 대한 끊임없는 그의 열정과 사랑에 잠시 몸서리쳐진다.


이번 보성 여행을 이 지면에 다 담지 못하였다. 보성에 숨은 곳을 다 보기에는 여름의 긴 햇살도 부족할 뿐이다.


차밭은 사이에 두고 걷는 아내의 손길이 드래곤의 옷자락에 머문다. 머리카락을 떼어내는 아내의 그득한 눈빛에서 삶을 읽는다. 푸른 청년 드래곤의 삶, 8할은 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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