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장흥군 용산면 한 마을 농장에서 농민들이 폭우침수로 폐사한 오리들을 치우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전날 사육시설 9개동이 장맛비에 잠겨 오리 3만5000마리가 폐사했다
"수년째 제기하고 있는 농수로만 개선됐다면 오리 집단 폐사는 막을 수 있었어요"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7일 오후 전남 장흥군 용산면 한 마을 오리농장.
주인 변모(45)씨는 전날 내린 폭우를 피하지 못하고 죽은 오리들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화를 신고 농장 내부로 들어갔다.
흙탕물과 배설물이 섞여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허리를 숙여 폐사한 오리들을 주워 한곳으로 모았다.
사육시설 1개동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오리는 50여마리 뿐이었고 대부분은 흙탕물을 뒤집어 쓴 폐사해 있었다.
변씨는 "보험사에서 피해현황을 파악 할 수 있도록 오리를 모아 놓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죽은 오리를 건져낼 때마다 터져 나오는 분통은 참을 수 없는 듯 했다.
변씨는 "전날 내린 비가 수로를 통해 빠지지 않아 오리 사육시설까지 흘렀고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며 "농장 앞에 강이 흐르고 있어 농수로 개선을 수년전부터 장흥군 등에 요청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변씨는 지난 2011년부터 오리를 키웠다. 9개동에 4만여마리를 넣고 정성을 다해 길렀다. 하지만 변씨의 오리들은 전날 내린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3만5000마리 이상 폐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오리 농장 인근의 주택도 침수돼 가전제품이 모두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온 가족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 이불, 쇼파 등을 밖으로 꺼내 수돗물로 연신 씻어냈지만 에어콘,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돼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변씨는 "농장내부에 흙탕물과 배설물이 섞여 있어 1t당 10만원을 주고 따로 폐기 해야 하고 죽은 오리도 1마리당 2200원 정도들여 살처분 해야 한다"며 "모두 농민 부담이어서 2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3년과 2015년에도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만큼은 아니었다"며 "많은 비를 뿌린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눈물을 보였다.
전남 지역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500㎜ 안팎의 폭우가 내려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광양에서는 유출된 토사에 주민 1명이 매몰돼 숨졌고 해남에서도 주민 1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벼논 침수는 2만4524㏊, 축사 피해는 9개 시·군 115 농가, 가축 폐사는 5개 시·군 13 농가 21만마리로 집계됐다.
/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