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한지도 열흘이 지났다. 보수와 중도·진보를 아우르는 '빅플레이트(큰그릇)' 행보를 추구하지만 정작 중도확장을 위한 정책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한다"며 대선출마 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각각 만났다.
또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김영환 전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출신의 재야운동가인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도 만났다.
이렇게 윤 전 총장은 야권의 유력인사들과의 잇단 회동을 하며 반(反)문재인 정서를 키우고, 자신을 야권통합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자신의 공적인 '월성원전 1호기 경제적 조작'을 부각하기 위해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찾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발언에 대한 반박을 통해 전형적인 우파적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우파적 목소리 외에 중도층을 껴안는 전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면서 대선 출마의 정당성을 찾으려고 하는 것까지는 알겠지만, 이후 국민들에게 어떤 정책적 대안을 보여주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그는 본인의 정치철학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공정, 법치'등을 언급했지만 이 역시 구체성이 부족하다.
물론 이슈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관련 입장은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윤석열만의 정책 제시나 비전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전직 검찰총장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의 나라경영 철학은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제, 실업 등 문제로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보수를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반문재인 정서에 기대 쌓아 올린 높은 지지율도 대선이 다가오면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의제나 정책은 없이 연일 회동과 방문 행보만을 이어가는 윤 전 총장을 놓고 일부 야권에서는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떠오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반 전 총장은 보수정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됐지만, 뚜렷한 정책이나 비전 제시를 하지 못했다. 정치적 모호성이 높아지자 높았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고 결국 반 전 총장은 중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