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사업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원청업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재개발 구역 내 철거 공정 감독과 현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인명사고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A씨와 안전부장 B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광주고용노동청의 사고 조사·특별 감독 결과를 토대로 A씨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은 일반건축물 등 철거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지난달 9일 오후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을 사상케 한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총체적 안전 관리를 도맡은 책임자로서 현장에 머물며, 허가 받은 해체작업계획서 상 작업 절차·공법을 어긴 불법 철거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자행되는 불법을 묵인 또는 방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붕괴 당시 철거 현장에 있었고, 붕괴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과다 살수'(먼지 날림을 줄이기 위해 뿌리는 물의 양을 2배로 늘림) 지시를 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철거 공법상 문제, 살수량 급증이 철거물에 미친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하면 원청업체로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앞서 고용노동청은 철거 현장의 총체적 안전관리 책임을 갖는 현대산업개발이 지형 조사, 굴착기 운행 경로 등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를 밝혔다.
또 철거 전 사전 조사를 소홀히 하고 환기·살수·방화설비 등의 방법을 계획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49건도 적발됐다.
다만, 현대산업개발 측은 '주의 의무를 기울여야 할만한 사고 예견 가능성조차 없었다'며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참고인 진술과 조만간 나올 조만간 발표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A·B씨의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붕괴 원인 규명 결과는 오는 20일께 발표된다. 경찰은 국과수 통보 최종 감정 결과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의 1차 분석 내용도 참고해 잠정적으로 확인된 붕괴 원인·경위를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현대산업개발 3명을 포함해 총 23명(하청사·조합 관계자 등)이 입건됐다. 전날 영장이 발부된 다원이앤씨 현장소장을 비롯해 불법 재하청사 대표(굴착기 기사)와 한솔 현장소장, 감리 등 4명이 구속됐다.
한편, 지난달 9일 오후 4시22분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천기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