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동네 한 바퀴를 돌며
  • 호남매일
  • 등록 2021-07-27 00:00:00
기사수정

/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가장 좋은 마켓은 우리 동네마켓이다. 삶속에서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살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쇼핑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사람은 지역에서 나온 물건을 소비하고 동네 마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K와 이야기한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 동네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일상의 삶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마을에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을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얻어 동네 산책을 생각해본다.


아침에 커피콩을 갈았다. 구수한 냄새로 하루를 시작한다. 블루마운틴 커피다. 약간은 다크한 맛과 향기가 좋다. 가장 좋아하는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연다. 모처럼 시간을 내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동네 마실을 나갔다.


여름이다. “시원한 가방이 좋겠지.” 바구니 가방을 들고 동네 마실을 나갔다. 마을에서 해결 해야 할 일을 체크해 본다. 먼저 세탁소에 들러야 한다. 그리고 마켓에서 요리 재료를 사야 한다. 시간이 남는다면 약국에도 들릴 예정이다.


우리 동네는 아름답다. 특히 호수를 둘러싼 주변경관이 아름답다. 마을 중심에 자리 잡은 호수에 백일홍이 만발하였다. 마을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해질 무렵이다. 해질 무렵 사진을 페북에 올렸더니 어디냐고 묻는 질문이 많다.


세탁소에 들렀다. 주인장이 바꼈다. 주인장이 바뀐 다음에 세탁이 깨끗해졌으며 수선, 신발까지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휘뚜루마뚜루 들고 다니는 가방을 보자 세탁소 주인장이 마음에 들어 한다. “가방 넘 예뻐요.” 라는 말에 “별로 비싸지 않아요.” 라며 사고 싶으면 알려드릴까요? 주인장과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면서 친해졌다.


가방을 사는 곳을 알려 주었다. 살다 별일이다. 동네에서 마을 사람들과 길게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다. 그저 간단한 인사말과 일을 보고 나온다. 세탁소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가방까지 사다 주는 인연이 만들었으니 말이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책을 한다. 마음에 남는 곳이 있으면 사진을 찍는다. 오늘은 담쟁이 넝쿨이다.


담벼락에 줄을 지어 오르는 담쟁이 넝쿨 몸싸움 없이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담벼락에 숲을 이루어 아름답다.


사람의 인연도 담쟁이 넝쿨처럼 이리저리 얽혀 있다. 이전에 알았던 인연과 외벽을 타고 가다 새로운 인연과 만나면서 자신의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고 삶과 얽히는 관계로 만남의 인연들이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 간다.


마을 산책길 담쟁이 넝쿨을 바라보면서 말문을 튼 인연에 감사해 본다. 담쟁이 넝쿨처럼 만나는 인연이 좋은 인연으로 때로는 나쁜 인연으로 만남이 될 수 도 있다.


겨울이 되면 사라졌다가 봄부터 가을까지 외벽에 아름다운 장식이 되어주는 담쟁이 넝쿨을 바라보면서 도종환님의 담쟁이 시를 읽어본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 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벽을 넘는 담쟁이처럼 사람도 마을을 이루고 모르는 사람들이 인연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간다. 마을 산책을 하면서 혼자만의 바람을 생각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있다면 먼 곳으로 커피를 사러 가는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선호하는 차를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동네를 돌아본다. 마트옆 은행, 은행 옆에 스마트폰 대리점, 대리점 옆에 분식집, 분식집 김밥은 맛있다. 김밥 집 옆에 과일 가게. 과일가게 옆에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집 옆에 커피 파는 집 그리고 약국, 안경점, 죽집, 빵가게, 화장품 대리점 등 그 뒤로 나열하기 힘들다.


동네는 없는 것도 많다. 반찬가게가 없다. 그렇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호수공원 산책하다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처럼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겹이 숨어 있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다. 어쩌다 여유로운 시간이 있어 마을에서 긴 시간을 보낸다. 여기에 욕심을 부려 본다면 맛난 빵집과 찻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해 본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다. 마을에서는 별것을 찾는 것이 아니다. 소소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다. 이렇게나마 시간을 내어 우리 동네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고맙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문화 인기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