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집단 감염 경로도 수사 정보 분석 기법으로 수 일만에 찾아냈죠."
광주 남부경찰서 형사과 김광진(48) 경위는 8일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에서 수사 경력이 역학 조사에 보탬이 돼 보람을 느낀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경위는 21년간 범죄 피의자를 뒤쫓고 잡는 데 특화된 베테랑 수사관이다. 특히 그의 추적 수사 노하우는 감염병 역학 조사에서도 빛을 발했다.
코로나19 첫 위기가 광주·전남에 찾아온 지난해 2월 신천지교회 중심의 감염이 확산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역학조사는 더뎠다.
김 경위는 i2(사회관계망 분석) 체계 등을 활용, 분양 사기·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된 계좌의 숨은 연결 고리를 밝혀냈던 경험을 떠올리고 홀로 신천지교회 관련 집단감염 경로를 찾아냈다.
수사 기법 활용 가능성이 엿보이자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대학 치안데이터과학연구센터장에 이를 알렸다.
김 경위는 "코로나19 확산 초창기엔 감염원을 찾기 위해 도표 계산·자료 관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일일이 지도를 그려야 했다. 범인 검거에 활용하는 데이터간 연결 고리·패턴 분석을 역학 조사에 활용하자고 적극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센터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김 경위는 수 년간 '데이터 분석 동아리'를 함께 한 수사관들과 팀에 동참, 지난해 4월 질병관리청으로 파견됐다. TF는 김 경위를 비롯한 경찰관을 주축으로 7명 규모로 꾸려졌다.
이들은 파견 직후 수개월 째 미궁에 빠진 해양수산부 집단감염 사태의 '1번 확진자'를 수 일 만에 찾아냈다.
김 경위와 동료들은 지난해 6월엔 광주에서 확산한 방문판매 감염 경로도 규명했다. 데이터 분석·탐문 수사를 활용해 대전~광주 지역 확진자 간 감염 고리를 찾았다.
올해 1월엔 대전 IM선교원과 전국 각 선교지부간 관계망도 밝혀냈다.
이 밖에도 데이터를 통해 시간·장소별 확진자 밀집도를 파악해 선별진료소 설치 등 방역 조처에도 도움을 줬다.
파견 당시 김 경위의 업무는 전날 발생한 전국 코로나19 확진자의 휴대전화 기지국 교신정보·QR코드·신용카드 기록 등 데이터를 일정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데이터는 시각화 과정을 거쳐 감염원을 찾는 데 활용됐다.
TF는 고차원 역학 조사를 통해 대규모 집단 감염 대처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TF가 지난 1년3개월간 분석한 데이터는 1억 8000만 건에 이른다.
김 경위는 또 기존 ArcGIS(지형 공간정보 분석 시스템) 일부를 보완하기도 했다. 1~17단계를 거치는 데이터 처리 단계를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확진자 1명 당 30~40분 걸리는 처리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정확성도 향상됐다.
질병관리청 TF 업무가 순탄치는 않았다. 전국에서 쇄도하는 조사 의뢰에 김 경위는 하루 4~5시간씩 쪽잠을 자며 일했다. 전례 없는 '첫 역학조사 전담 경찰관'의 직무를 구체화하고 타 기관 협조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지난 달 24일자로 파견 근무를 마친 김 경위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역학 조사를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경위는 "각 지자체 방역당국에서 '감염 경로를 찾아 다행이다', '방역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할 때마다 존재 가치를 느꼈다. 수사 경력을 활용해 'K-방역'에 숟가락 하나 올린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방역 위기가 여전히 엄중한 상황에서 후임 대체 인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 대해선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여름철 4차 대유행이지만 역학조사에 투입할 분석 인력이 많지 않다. 인사 문제로 파견 수사관 모두 복귀했다"며 "국가 비상사태인 만큼 수사관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기관 간 유기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