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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웃을 일’
  • 호남매일
  • 등록 2021-08-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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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소의 해다. 그래서일까? ‘소가 웃을 일’ 이라는 말이 잘 들려온다. 일반인들보다는 정치인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소가 웃을 일이라는 말은 ‘너무 기가 막히거나 어이없을 때’ 쓰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상대방의 정치적인 발언에 공격할 때 많이 사용한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이게 뭐야’ 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시청자를 뭘 로 보는 것이지. 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뿐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상대방을 비난하고 헐뜯고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볼 때면 어처구니가 없을 때가 많다. 소가 웃을 일이다.


우보의 블로그에 의하면 소가 웃을 일라는 속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생겨나듯, 소설가 정동주의 작품 ‘백정’ 에 따르면, 경남, 섭천을 배경으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고종이 즉위 후 거주 이전의 자유를 허용함에 따라 여기 저기 옮겨 다니던 백정들은 ‘(시)내를 건너’ 라는 뜻의 ‘섭천’ 마을에 모여 살았다. 사료를 토대로 추론컨대, 소와 돼지 도축장이 밀집해 있던 섭천에서 백정들의 삶은 매우 고단했을 것이다.


1923년부터 신분해방을 꿈꾸던 백정들은 어쩔 수 없이 소를 도축해야 먹고 살았다. 그런데 도축장에 끌려 온 소들은 평생 일만 하다 백정들의 손에 죽게 될 자기 운명을 직감하듯 대부분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런 비극의 와중에 웃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소뿐만 아니라 자신이 죽음에 직면한 웃는다는 것은 어림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웃긴 일도 많다. 어처구니없는 일도 많다. 세상사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별일이야 없겠냐마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이야기)일을 소개한다.


교통경찰에게 걸린 A는 자신 내려놓기는 소가 웃을 일이다. 교통경찰에게 신호위반에 걸린 A는 “신호 위반하였습니다.” 라는 경찰관의 말에 차에서 내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경찰에게 말한다. “한번 봐주세요.”


경찰관은 갑자기 죄인이 된 상대방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결국 죄인이 된 A의 표정이 너무 간절해 그냥 보냈다는 드라마 같은 90년대 스토리다.


A의 범칙금을 내기 싫어 자존심을 내려놓고 무릎을 끊고 빌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전설이다.


그런데 공정과 원칙이 중요시되는 작금의 시대에 신호위반에 경찰관에게 무릎을 꿇고 빈 일화는 기가 막혀 소가 웃을 일이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소가 웃을 일이 많다. 세상이 요지경 속이니 드라마마다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갑자기 사람이 죽는다던지, 가족의 관계가 이상하던지, 결혼, 죽음 등 상상 이상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별일이야 없겠나마는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에 일상적인 상식을 넘은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 시즌 2를 보게 되었다. 시즌 1은 보지 못했지만 드라마 작가에 대한 놀랄 만한 스토리에 대해서는 익히 알아서 넘겼으나 부부가 사는 대화법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 시즌 2를 보게 되었다.


드디어 시즌 2가 끝났다. 드라마가 끝난 후 댓글 창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 드라마의 상황을 이야기 해 준다.


마지막 장면에 누구와 결혼하고 이혼하는가를 봤더니 시청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대끼리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었다. 제목부터 ‘결혼작사, 이혼 작곡’ 이라 작가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선 장면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럴 수는 없어” 하면서 불쾌한 감정이 드러낼 수밖에 없다. 더욱 더 기가 막힌 것은 ‘상상 이상의 것을 상상하십시오.’ 라는 화면의 문구다.


드라마를 통해 ‘소가 웃을 일’ 이라며 기가 막혔다면 시를 통해 기를 뚫고 정화해 본다. 소가 웃었다는 시다.


윤희상 시인의 ‘소를 웃긴 꽃’ 이다.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20년 전에 이 시를 보고 놀랐다. 시인의 발상과 영감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꽃이 피는 아름다움은 소가 미소를 지을 일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누구나 행복해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를 웃게 한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 자연의 세상이다. 피어나는 꽃들이 소를 웃게 해준 것이다. 자연만물이 감탄사 우리에게 안겨준다.


웃을 일이 있다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타인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주 들판에서 소가 웃는 것은 자연과 교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가 웃을 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정말 소가 웃을 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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